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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ro Apr 06. 2022

축제라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이건 전혀 다른 구조다

가슴 속 아픔을 쏟아낸 고야의 성토가 엿보인다. 블랙페인팅의 효과가

 프란시스코 고야 루시엔테스[La Romería de san Isidro. GOYA Y LUCIENTES, FRANCISCO DE.  이시드로 대축제. 1820~1823. P0 S00]

 

    고야의 그림이 전부 어둠의 패턴으로 구성된 이 방의 구조이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끔찍함과 불안 그리고 공포보다는 왠지 모를 애잔함이 밀려옴을 느낄 것이다. 프랑스와의 전쟁 속에서 믿었던 나폴레옹에게 배신을 당했고, 더군다나 자신을 프랑스 편을 들었던 자로 분류를 해서 마녀사냥의 연장 선상에 올려놓자 얼마나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을까? 그 마음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방의 모습이다.


    그가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고야가 그렸던 판화 개념의 [카프리초]는 귀가 들리지 않는 그에게 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했고 봐야 할 실제적 사실만을 보게 된 그것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것은 왜곡 현상이라는 충격의 단어였다. 하지만 고야는 줄기차게 자신이 이상으로 품었던 것에 대한 실망을 있는 그대로 담아냄으로 그 순간이 어떠했는지를 바라보는 이들이 그대로 느끼도록 하고자 했다.


    지금, 이 산 이시드로 대축제도 마찬가지 개념일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매년 5월 15일은 이시드로 성인의 대축일이다. 특히 마드리드 왕궁과 알 무데나 대성당 앞 광장은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되어 스페인의 종교적 힘을 느끼게 만드는 큰 축제가 열린다. 2층 고야의 방에 이 제목으로 그려진 그림이 있다. 모두가 화려하고 밝은 옷을 입고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축제의 현장으로 모여드는 인파를 그리고 있다. 지금, 이 그림 역시 같은 상황과 같은 모습이다. 다만 다른 것은 뒷배경을 검은색으로 칠한 것과 함께 이들의 눈에서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사랑의 힘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체념의 모습 그 자체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는다.


    밝고 힘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 고통을 당한 자들의 모습처럼 그려진 이 그림은 뒤틀린 이시드로 축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전쟁 전과 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프랑스에서 벗어난 이들의 모습은 축제를 가장한 살육 전쟁의 이면을 고발한 그림과 같다. 마치 건너편에 있는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의 그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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