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는 자신의 미래를 깊이 너무 깊이 고민했다
프란시스코 고야 루시엔테스[Las Parcas (Átropos). GOYA Y LUCIENTES, FRANCISCO DE. 운명(아트로포스). 1820~1823. P0 S00]
고야의 퀸타 데 소르도 위층의 왼쪽 벽면을 장식했던 그림으로 1874년 옮겨졌다. 이 그림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의 삼신할미라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의 생명을 정해서 세상으로 내보낸다는 그 모습이 그리스로마신화에도 함께 등장한다.
이 여신들은 인간의 운명을 정하고 마무리 짓는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제일 왼편의 여신이 사람을 만들고 두 번째 여신은 그를 지켜보고 세 번째 여신은 함께 놀며 동고동락해주고(때로는 이 등장인물은 여신이 아니라, 남자로 등장이 되기도 하고 손이 묶여 있으므로 거부할 수 없는 주어진 숙명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마지막 등을 돌리고 있는 유일한 여신은 손에 가위를 들고 있다. 인간 생명의 기한이 다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75세의 노년으로 이미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고야의 마음속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꿈꾸었던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배신은 결국 더 자신을 어두움 속에 갇혀 지내게 만들어 버렸다. 호머와 헤시오드 그리고 버질과 같은 고대 작가들이 언급한 모이라이를 지칭하기도 한다. 클로소, 라체시스, 아트로피오스의 운명의 여신들은 실을 길게 늘여 인간의 삶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으로 이야기로 우리에게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