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안토니오 히스베르트 페레즈[Fusilamiento de Torrijos y sus compañeros en las playas de Málaga. GISBERT PÉREZ, ANTONIO. 말라가 해변에서 처형되는 토리호스 장군과 그의 동료들. 1888. P0 S00]
자유에 대한 투쟁의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일을 한눈에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현대화될수록 이 그림의 의미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크다. 일명 심리전에 넘어간 토리호스 장군과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인데, 과연 이들은 무엇을 믿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이다.
프랑스가 물러나고 스페인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였지만, 실권을 장악한 페르난도 7세는 전제주의 정치로 왕의 절대권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이에 수많은 군인과 정치인들이 페르난도에 반항하며 항거를 하게 된다. 이때 대표적으로 움직였던 사람이 바로 토리호스 장군이다.
나폴레옹의 군대를 물리친 영국의 웰링턴 공작의 도움으로 활동의 영역이 넓어진 토리호스 장군은 영국 망명 생활을 하며 지속해서 스페인의 새로운 변화를 꿈꾼다.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없던 페르난도는 계략을 써서 토리호스를 스페인으로 불러들인다. 결국, 1831년 12월 2일 스페인 말라가에 상륙하게 된 토리호스는 비센테 곤잘레스 모레노 말라가 주지사에게 배신을 당한다. 결국, 감옥에 전원 투옥되고 8일만인 12월 11일 말라가 해변에서 재판 없이 동료 48명과 함께 총에 맞아 죽는다.
한 명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순서는 눈을 가리는 순서로 구분이 된다.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토리호스 장군은 오른편에 옆에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굳게 잡고 죽어간 앞에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48명 중 그 누구에게서도 살려달라는 애원의 모습은 없다. 스스로 정해진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자신들의 사라져가는 꿈을 머릿속으로 되뇌는 그림이다.
특히 전경을 삭제하고 토리호스 장군과 함께 하는 이들을 대각선 구도로 설정함으로 사건의 전진적인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방식은 현대적 감각에 자주 등장하는 긴장 구도의 형태이다. 정확하게는 다 알 수 없지만, 토리호스 장군과 함께 사라져간 인물 48명 중 몇몇은 프란시스코 페르난데스 골프틴, 마누엘 플로레스 칼데론, 로페즈 핀토 대령, 로버트 보이드, 프란시스코 보르자 파리드오 대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