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지프스

#프라도미술관이야기 두번째 책 집필하기

by ja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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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지프스

Sisyphus. 1548-1549. Oil on canvas. Room 027

TITIAN (TIZIANO VECELLIO) 1490-1576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수필 ‘시지프스 신화’를 읽어보면, 티치아노의 이 그림이 가슴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보통은 다른 작품들에 심취해서일까? 이 작품 앞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항상 작품 안내를 할 때, 이 작품에 대해 문의했던 이는 10년 동안 딱 1명의 중년 부인이었던 기억이 날 정도로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관심 밖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카를로스 5세의 밀베르크 전투와 펠리페 2세의 초상화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보기 위해 들어가는 진입로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 작품은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읽어본 책의 내용을 찾아가는 그런 발걸음이기에 그리스·로마 신화의 깊은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관심 밖일 수밖에 없는 모습은 당연함을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많은 티치아노의 작품 방이 아닌 굳이 카를로스 5세 황제의 맞은편에 배치된 의미는 무엇일까? 한참으로 고민하며 바라보았다.


카뮈도 “바위를 굴러 올렸으나 떨어질 줄 알고도 바위를 굴리는 것과 밀어 올린 바위가 굴러떨어졌을 때 다시 바위를 올리려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인간승리이지만, 이것은 부조리일 뿐이다.”라고 시지프스를 바라보며 써 내려갔던 가슴 속 이야기를 티치아노는 그의 특유의 기법을 통해 우리에게 깊이 있게 다가가게 한다.

붉은색의 밑바탕 속에 시작된 배경을 바라보면, 끝없이 타오르고 흘러내리는 용암과 시지프스를 바라보는 뱀 두 마리의 으스스한 눈빛을 보게 된다.


고린도를 건설했다고 이야기하는 위대한 왕의 초라함을 보게 된다.


과거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자신을 데리러 왔을 때 오히려 죽음의 신을 족쇄를 채워 감금하는 일까지 일으키고, 전쟁의 신 아레스(마르스)가 결국 나서서 신인 타나토스를 인간 시지프스의 손에서 구해내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이 되었다.


아레스에 의해 하디스 앞에 끌려갔을 때, 자기 아내에게 자신이 사라지면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말을 했기에, 신들은 자신들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아 혼란이 오자, 이 틈을 시지프스는 하디스에게 거짓말을 하여 아내를 설득하겠다고 하며 지옥을 벗어난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던 이 상황을 나중에 깨달은 헤르메스가 하디스에게 돌려보냈고, 그 이후 지옥에서 이 큰 돌을 굴리는 벌을 받게 된 것이다.


인간으로서 신에게 도전했던 위대한 고린도의 시조 시지프스의 몰락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말이 있듯이, 노력해서 쌓은 성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일 텐데, 문제는 그 돌탑을 무엇으로 쌓아 올렸느냐? 하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 중 인간에게 신의 비밀을 누설했다고 해서 받게 되는 이 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란 뜻을 지닌 티탄족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비슷한 범주의 흐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보면, 파티마의 세 아이 루치아, 프란치스코, 히아친타가 떠오른다.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한 내면의 용기가 드러남을 이 작품을 통해 느껴지게 된다.


티치아노는 종이에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캔버스에 직접 스케치하고 붓질하는 방식의 작업을 선택했다. 힘들이지 않고 붓 터치 몇 번으로 자연스러우면서 신비한 이미지를 드러내도록 그렸던 그의 이미지가 ‘군주들의 화가’로 불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시지프스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지만, 그의 몸 전체를 통해 표현되고 느껴지는 붉은색의 흐름은 전반적인 위험과 고통을 수반함을 느끼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추억을 되뇌려

그 많은 순간을

눈에 담기보다는

작은 모니터로 보기에 바쁘다.


자연이 지닌

그 아름다운 색의 화려함을

필터라는 괴물을 통해

왜곡과 굴곡의 세계 속에서

실물이 아닌

또 다른 사물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미소를 짓는다.


실제와 허상의 차이를

실제와 이상이라며

미래만을 꿈꾼다.


그러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은

무엇이 되는 걸까?


지금 곁에 있음이

가장 소중한 이유이다.


@namu.art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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