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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우리가 함께 쓴 글을 보고 연락이 왔어!

ADHD인 내 아이가 알았으면 좋겠는 내용을 담은 책을 직접 만듭니다.

by 그림크림쌤

2006년 2월, 중등 과학과 임용고시에 30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습니다.

2007년 3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과학과 화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3월,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5월, 네이버 블로그 비공개 계정에 '나만의 대나무숲'을 만들어 관계 때문에 힘들 때마다 적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10월, 아이가 혼합형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2023년 11월, 엄마인 저는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2024년 2월, 네이버 블로그 공개 계정에 처음으로 ADHD와 마음심리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10월,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 <나와 사춘기 아들의 ADHD 이야기>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 연재 6개월, 감사하게도 <ADHD 자녀양육서>로 기획출간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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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브런치북인 <나와 사춘기 아들의 ADHD 이야기> 지금 다시 읽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순서도 안 맞고, 문장도 엉망입니다. 전부 지우고 다시 쓰고 싶은 욕구를 눌러 담기 바쁩니다. 그래서 두 번째 브런치북부터는 기획을 전부 끝내놓고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브런치북이 지금의 <사춘기 ADHD아이, 학군지 공부기>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기획을 구상했습니다.

새 브런치북을 기획한 김에 혹시 몰라 출간기획서와 목차, 2개의 샘플원고를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 마음에 드는 몇 군데 출판사에 투고했습니다. 놀랍게도 이틀 후, 그중 한 곳의 출판사 대표님께 직접 문자가 옵니다. 지금 마무리하고 있는 작업이 있으니 며칠만 기다려달랍니다. '정말 기다리라는 걸까, 거절의 메시지인데 또 눈치 없이 긍정의 신호라고 착각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문자를 주고받다가 제안하십니다. 혹시 완성된 원고가 있냐고요. 아뿔싸! 당연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습니다. 충동적 아니, 진취적인 전 샘플원고 2개를 쓰자마자 투고했으니까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대신 다른 게 좀 있습니다. 그렇게 요청한 추가자료를 이틀 내내 수정해서 보냅니다. 보내는 김에 더 보내봅니다. 어라? 또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옵니다. 원고가 마음에 든다며 미팅이 잡힙니다. 그렇게 미팅을 마무리하고 계약서를 받아옵니다.


계약서 2개를 들고 고민이 되어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내가 뭐라고 계약서 2개를 들고 재고 있나, 이게 맞나 현타가 옵니다. '네가 뭐라도 된 줄 아니? 착각하지 마 그림크림!' 머릿속에서 부정회로가 돌아가려고 끼익 거립니다. 돌아가기 전에 얼른 멈춰버립니다.


너무 황홀하고 너무 소중해서 누구에게 의견을 묻지도 못하겠습니다. 혹여 어느 출판사를 택하면 좋을지 상의라도 했다가 '부정'타서 일이 그르칠까 두려울 만큼 간절합니다. 양쪽 다 초보 작가인데도 소중히 대해주었기에 더 고민이 됩니다. 차라리 어느 한쪽이 기울면 쉬울 텐데.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데 더 꽉 차 터질 지경입니다. 그 와중에 더 연락이 옵니다.


그렇게 힘들게 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협업을 많이 한 곳. 출판사 서재에 그 선생님 책 옆 어딘가에 내 책도 꽂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제가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이것입니다.

고등학생이 된, 날 닮아 ADHD인 제 아이가 몇 달 전부터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말도 못 걸게 합니다. 이제야 사춘기가 온 거니. 그럼 그동안은 아니었던 거니. 사춘기도 아니었다면 도대체 난 왜 힘들었던 거니. 더 큰 게 남은 거였니. 소름이 끼칠 지경입니다.


그래서 티라노 씨가 ADHD로 살면서 알았으면 좋겠는 내용을 써서 읽게 해야겠다 결심합니다. 그리고 제 글을 읽게 하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글쓰기 수업 안 받아봐서 기본적인 것도 모를 때가 있어. 넌 논술수업 때 칭찬 많이 받았었잖아. 그러니까 엄마 좀 도와주라. 도와줄 사람이 너밖에 없어. 엄마는 네 도움이 꼭 필요해." 교정을 핑계 대며 인정에 호소했더니 알겠답니다. "진짜 고마워! 엄마가 쓴 글 한 번만 읽고 고쳤으면 좋겠는 부분 알려줄래?" 그렇게 목차와 샘플원고 교정을 티라노 씨가 해주었습니다.


"아들! 우리가 쓴 글이 연락이 왔어!!"

"티라노 씨! 앞으로도 네 도움이 필요해. 잘 부탁하네!" 라며 악수의 손을 먼저 내밉니다. 그랬더니 저에게 미친 제안을 합니다. 2대 8이랍니다. "티라노야, 원고료 생각보다 많지 않아. 1대 9로 하자 제발." 그랬더니 양심은 있는지 알겠답니다. 그렇게 저희 집에서 또 하나의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티라노 씨는 제가 매일 쓰는 글을 한 꼭지씩 읽게 될 것입니다. 이것저것 도움도 주고 싶고, 마음 읽기도 하고 싶은데 말을 못 걸게 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담아 책을 냅니다. 그리고 티라노 씨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그 책을 수정한다는 명목으로 매일 읽게 되고, 완성 원고를 넘기기 전 또 한 번 읽게 될 것입니다.



제가 출간 계약 이야기가 오고 가니, 자극이 되나 봅니다. 갑자기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티라노 씨 17시 53분 학원 도착했습니다.'라는 문자가 옵니다.

'어라? 무려 7분이나 일찍 간다고?' 제가 알던 티라노가 아닙니다. 주의력 중에서도 특히 동기부여와 미루기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학원입니다. 아직 많이 남았다며 버티다심할 땐 6시가 넘어서 나가기도 합니다. 근데 '이제 가야 하지 않아?'랬더니 바로 일어나 옷을 입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출간계약을 하고 나니 아이 지각이 줄었습니다.



어제 한 꼭지 글을 쓴 후 검토해달랬더 내일 하겠답니다. "엄마 내일도 하나 쓸거라 그럼 내일 2개 될 텐데 괜찮겠어? 점점 밀리면 하기 싫어질 텐데. 그럼 계약 파기야~!" 대놓고 협박합니다. "알았어. 책상 위에 놔둬."랍니다. 그렇게 하루에 한 번, 제 글 교정을 위해 티라노 씨는 활화산 앞에 서있는 것처럼 두렵다던 책상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 티라노가 교정해 준 대로 고칩니다. 그렇게 제가 쓰고, 티라노 씨가 교정해 준 책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간절한 몇 가지 소망을 꾹꾹 눌러 담아 책을 씁니다.

첫째, 책상이 트라우마로 인식되어 버린 ADHD 내 아이에게 나쁜 기억을 지우고, 긍정의 기억을 심어주고자 책을 씁니다.

둘째, ADHD로서 어떻게 살면 좋은지 하나하나 제 인생 노하우를 전부 알려주고 싶어 책을 씁니다. 책을 써놓고 주면 두꺼우니 안 읽을까 봐 교정을 맡겨 전부 두 번 이상 읽게 하려 합니다.

셋째, 저처럼 고생고생하며 힘들게 알아내지 않고, 조금은 쉬운 길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씁니다.

넷째, 나보다 심한 중증 ADHD인 엄마가 40넘은 이 나이에 새로 뭘 시작해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책을 씁니다.


저는 무조건 성공해야 합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ADHD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꿈과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ADHD? 특이해서 그렇지, 오히려 좋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할 날을 꿈꾸며 책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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