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는 고1 수학에 나오는 명제를 이용해 <문제적 남자> 고난도 문제를 변형해서 문제를 본인이 만들어보았다며 오랜만에 저희에게 먼저 말을 겁니다.
저는 글퇴(집에서 글 쓴 후 집으로 퇴근)를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남편과 TV를 보던 중이었습니다.
티라노는 어릴 때부터 기존 보드게임을 변행해 보드게임을 창작해서 우리와 다 같이 하곤 했습니다. 그림과 글을 직접 써 책을 만들기도 했고요. 오랜만에 어릴 때 하던 창작놀이가 이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나이에 맞게 발전되어 기분이 더 좋고요.
저는 사실 과학보다 수학을 더 잘했지만, 취기가 있어 풀기가 더 어렵습니다. 마신 알코올이 중추신경을 억제해 인지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상태니까요. 취했다는 걸 핑계 삼아 푸는 걸 미루어봅니다.
"엄마 아빠 취해서 못 푸는 거야! 내일 맨 정신에 풀게!"
티라노는 알겠다며 수긍합니다.
다음날, 수학학원에 간 티라노에게 빨리 풀고 답을 보내라는 카톡이 옵니다. 채점해 주겠다고요. 그렇게 열심히 푼 답을 보냅니다. 그런데, 어허... 분명 맞는 것 같은데 계속 틀렸답니다. 남편은 제게 "이거 분명 문제에 오류가 있어!" 문제 오류가 있어서 못 푸는 거랍니다. 반면 전 "문제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오류가 없을 가능성도 열어둡니다.
수학학원에 간지 7시간 만에 티라노가 돌아옵니다. 배고플 텐데 짜증도 안 내고 우리가 푸는 걸 지켜봅니다. 문제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묻자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오류 없어. 여러 번 검토했거든. 게다가 혹시 몰라서 챗GPT한테 문제 오류 있나 검토 부탁했는데, 오류 없다고 했거든!" 의기양양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한 시간이 넘도록 낑낑대며 문제를 풉니다. 전 20번 정도 틀려서 다시 풀어야 했고요. 분명 맞은 것 같은데 자꾸 틀리다고 하니 오기가 생겨 더 물고 늘어집니다. 이과 출신인 남편과 저는 경쟁이 붙어 누가 먼저 맞추나 내기가 붙었습니다.
IQ 상위 1% 멘사 회원인 남편과 IQ 상위 5% 과학교사인 저는 IQ 89에 처리속도 경계선 지능인 ADHD 아들이 낸 문제를 한 시간이 넘도록 풀지 못하고 헤맵니다. 누가 먼저 풀었을까요? 맞은 사람이 있긴 할까요?
IQ 89에 처리속도 경계선 지능인 ADHD 고등학생 티라노씨가 낸, <문제적 남자> 최고난도 문제를 응용해 낸 창작 문제
눈으로는 풀기 힘듭니다. 종이와 펜은 필수!
수학에 자부심이 있고, 도전의식이 강한 분들은 여기서 밑으로 내리는 걸 참기를 바랍니다.
여기서부턴 문제적 남자 최고난도 문제 출제자인 티라노 씨의 풀이가 이어지니까요.
<문제적 남자> 응용문제 - 최고난도 명제 문제 출제자 티라노 씨 '정답과 풀이'
ADHD 티라노 씨는 서술형과 논술형을 잘합니다. 중3 때 수학학원에서 처음으로 1등, 것도 압도적 1등을 한 시험이 서술형으로만 낸 시험이었거든요. 풀이과정을 논리적 순서에 맞게 단계별로 적은 것을 보고 새삼 또 놀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가 먼저 맞추어 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ㅎㅎ
어떻게 풀었는지를 설명하려고 하는데, 제 작업기억력이 경계선 지능 수준이라 어떻게 푼 건지 기억이 통 나지 않습니다. 남편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공격해 댑니다. "운 좋게 이긴 거였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어쩌다 쥐 잡은 격 아냐!"랍니다.
'하. 이럴 거면 서술형 답 쓰듯 차례대로 적어놓을걸...'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비웃을 테면 마음껏 비웃으라지! 실력이 아니고 운이 좋아 잘 된 거라고 시기질투도 마음껏 하렴! 승자는 여유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맞춘 건 저니까요!
아직도 티라노 씨는 수학만 공부합니다. 과목 간 전교등수차, 이렇게 편차가 심한 아이가 전국에 또 있을까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그렇지만 전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분명 제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