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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미 Aug 17. 2023

9. 제주는 어디든 캠핑

제주에서의 캠핑

 제주에서는 집밖으로 나가면 어디든 텐트를 쳐도 어색하지 않다. 시내에 살아도 바다는 가까우니까 집밖으로 캠핑 장비를 가지고 나가면 된다. 우리는 함덕이기 때문에 텐트를 치기 더 쉽다. 제주는 캠핑 시설도 잘되어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야영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은 예약만 미리 하면 너무 훌륭한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다.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예약이 다 차서 갈 수 없을 때 가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자연도 좋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언제든 갈 수 있다. 이런 곳 말고도 노지로 캠핑하기 좋은 곳도 찾아다녔다. 캠핑이 유행이 되면서 우리의 캠핑 장소가 줄어 들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가 텐트를 칠 곳은 많다.


숲속의 캠핑

 우리는 1년에 한 번은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 미래를 다룬 영화에서나 볼 법한 바이러스가 터지기 이전까지 매해 제대로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여행을 못 가게 되니 캠핑을 더 자주 가게 됐다. 캠핑은 제주도 오기 전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부터 다녔었다. 그때는 커다란 텐트와 이불, 접이식 밥상까지 들고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인천의 섬들을 다녔었다. 지금처럼 캠핑장비가 좋았던 시절이 아니다. 우리는 캠핑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고, 제주도에서 살면서도 캠핑을 꽤 다녔다. 해외여행을 못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캠핑이 우리의 여행 대안이 되었다. 한 번은 남편의 오래된 지인 형님이 제주도로 놀러 오셨다. 텐트를 가지고 오셔서 우리도 텐트를 치고 3~4일을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그 형님은 텐트를 거둬가시지 않았다. 우리 텐트가 20년도 넘은 오래된 커다란 텐트여서 가볍고 작은 텐트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가셨다. 이 텐트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 캠핑을 간다. 제주도에서 캠핑은 일부러 비행기 타고 올 만큼 좋은 곳들이 많다. 바닷가 캠핑은 접근성이 좋아서 자주 갔지만, 아침에 쏟아지는 햇살을 견디기 힘들다. 제주도 바닷가는 대부분 나무가 없다. 제주도 햇볕을 견디기 위해서 타프를 샀다. 의자와 테이블은 제주도를 떠나는 지인이 주고 간 걸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캠핑 장비는 살금살금 늘어나고 그만큼 우리는 캠핑을 자주 다녔다. 중산간의 삼나무 숲 아래에서 텐트를 치고 자면 적막함의 단어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로 아침을 맞이한다. 캠핑을 하다 노루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쏟아지는 별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파도소리에 잠에서 깨기도 하고, 빗방울이 텐트를 두드릴 때 나는 그 소리가 좋아지기도 한다.


바닷가의 캠핑
제주 야자나무 그늘 아래 캠핑


 내가 캠핑을 본격적으로 한 건 유럽여행에서였다. 유럽여행 두 달을 캠핑으로 다녔다. 차를 렌트하고 캠핑용품을 사러 갔는데, 프랑스는 마트에도 캠핑용품을 전문적으로 팔고 있었다. 그때가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마트에서도 캠핑용품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이것은 그만큼 캠핑이 일반적이라는 의미다. 텐트, 테이블, 의자, 침낭, 코펠, 버너, 그리고 두꺼운 지도 책을 구입하고 캠핑을 시작했다. 내비게이션이 차 옵션으로 있었는데, 내비게이션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라서 더 익숙한 지도 책을 선택했다. 지도 책은 유럽 전역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크고 두꺼운 책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을 거쳐서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특별히 일정을 계획해서 간 건 아니고, 다니다 보니 이렇게 다니게 됐다. 지도 책에는 친절하게 캠핑장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캠핑장을 찾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고, 표지판도 잘 되어 있었다. 제일 처음 간 캠핑장은 캠핑장이라고 하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농장이었다. 첫날이라서 도착할 곳으로 못 가고 시간이 흘러서 가는 길 시골 마을에서 첫 캠핑을 시작했다. 그 농장 주인이 주신 냄비는 프랑스인답게 오랫동안 길을 잘 들인 냄비로 밥을 해도 타지 않았다. 그 냄비는 캠핑 내내 유용하게 사용했다. 다른 캠핑장은 시설이 너무 좋았다. 테니스장, 수영장이 있는 캠핑장부터 보통 시설은 다 좋았다. 언젠가는 남편과 함께 유럽 캠핑을 가자고 했다.


유럽 캠핑 여행(당시 필름카메라시절)


 캠핑은 자연을 가장 잘 느끼며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연에 잘 공간을 만들고, 밤하늘을 보고,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자연을 보여준다. 아침햇살과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면 파란 하늘이 넓게 펼쳐진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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