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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미 Aug 17. 2023

8. 제주 자연이 주는 선물

제주도 자연에서 얻는 기쁨

 이 이야기는 제주의 삶에서 중요한 정보일 것이다. 인간 원시적인 삶에서부터 채취가 행해졌다. 이것은 본능에 가깝다. 제주에서는 자연을 아주 가까이 접하고 있다. 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해루질은 바다에 들어가 물속을 걸어 다니면서 손 또는 기구를 통해서 잡는 것이다. 이 해루질에 맛 들이면 매일 바다에 나가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그만큼 재밌고 수확량도 좋다. 해루질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문어, 게, 뿔소라, 조개, 군소, 보말, 톳, 성게 등이 있고, 물속을 잠수할 수 있다면 해삼, 미역까지도 건져 낼 수 있다. 여기서 조심할 것은 해녀삼춘이다. 해녀의 바다에서는 아무것도 잡으면 안 된다. 만약 해녀의 바다에서 무엇이든 잡는다면 어디선가 소리가 들릴 것이다. "경허지 맙서"하시면서 달려오신다. 바다에 주인이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마을어장에는 해녀가 뿌려놓은 뿔소라가 있다. 우리가 재미로 잡고 심지어는 어떻게 먹는지도 몰라서 버리는 해산물들은 해녀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그것을 뺏어버리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다. 함덕에는 개방어장이 따로 있어서 굳이 마을어장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 함덕항이 있는 정자 쪽이 마을어장이고, 해수욕장에서 서우봉 쪽까지는 개방어장이다. 이것을 어떻게 아냐면 물어봐도 되지만, 표지판으로 명시해 두었기에 조금만 세심하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금지표지판이 있는 곳은 불법이라서 걸리면 벌금이 30만 원부터 시작한다. 마을마다 잡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마을 어르신께 물어보면 안전한 곳을 알 수 있다.


함덕바다에서 하는 다양한 채집


 그렇다면 1년 내내 이 많은 것들을 잡을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 시기가 있다. 해삼은 겨울, 성게는 여름, 톳은 봄에 나고, 뿔소라는 여름에는 잡으면 안 된다. 뿔소라 산란기가 초여름이라서 새끼 뿔소라들이 자라는 시기가 여름이다. 실제 몇 센티 이하는 잡을 수 없는 규정이 있다. 여름에 잡을 수 있는 것이 '모래게'이다. 게딱지가 주먹정도 크기라서 먹을만하다. 모래색과 비슷해서 잘 안 보이지만, 이것도 잘 보면 보인다. 한번 보이기 시작하면 수영하다가도 발견하는 게 모래게이다. 실제로 수영하다 모래게와 문어를 잡은 적이 있다. 그리고 해루질의 끝판왕인 문어를 이야기하자면, 일단 장비가 있어야 한다. 장화로 연결된 작업복이 필요하고, 헤드렌턴이 필수다. 다른 건 맨몸과 맨손으로 잡을 수 있어도 문어는 필수템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문어를 발견했다면, 문어를 낚을 꼬챙이도 있어야 한다. 그 꼬챙이는 낚시점에서 판다. 대나무에 가짜미끼 에깅을 끼워서 만들 수도 있다. 낚시점에서 파는 것도 만들어서 파시는 거다. 꼬챙이 끝에는 작은 갈고리가 있어서 문어를 끼워서 건져낼 수가 있다. 제주 돌문어는 바람이 안부는 날, 물때를 맞춰서 나가면 된다. 보통 사리 때 간조시간이 잘 잡힌다. 우리도 장비를 다 갖춰서 야심 차게 문어를 잡으러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남편이 큰 돌문어 한 마리를 잡았고 나는 못 잡았다. 돌도 미끄러워 위험하고 생각보다 물 깊이 들어가야 해서 우리는 문어는 해루질로 안 잡는다. 이건 낚시로도 잡을 수 있다. 초보낚시꾼인 나도 잡을 정도면 해루질보다 쉽다. 남편은 낚시로 문어를 꽤 잘 잡아 왔다. 이것이 우리의 술안주였다. 그날 잡은 무언가가 있으면 그날 바로 술안주를 삼았다. 돌문어는 삶아서 숙회로 먹고, 한치를 잡는 날에는 한치회가 안주였다. 낚시를 하면 잡을 수 있는 것은 무한히 늘어난다. 고등어새끼인 고도리는 가을에 잘 잡히고, 여름에는 한치를 잡을 수 있다. 남편은 무늬오징어도 잡아오는데, 이건 단연코 제일 맛있다. 자리돔, 광어, 우럭, 돌돔 등 많이 잡는다. 한 번은 남편이 잡은 커다랗고 무서운 물고기를 동네 어르신에게 드린 적도 있다. 장대라는 물고기인데 엄청 못생겼다. 장대는 맛은 좋다고 해서 다음번에는 우리가 먹었는데 역시 맛은 있었다. 독가치는 손질하기 무서워서 잡으면 이웃에게 드린다. 독가치의 지느러미가시에는 독이 있어서 찔리면 병원행이다. 복어도 잡아봤는데 귀엽긴 하나 손질을 못해서 놔줬다. 남편은 원래 낚시를 좋아했고, 제주로 이사 온 이유 중 하나다. 낚시꾼 남편덕에 나도 따라 낚시를 다닌다. 나는 주로 의자에 앉아서 바다멍을 하거나 맥주 한 잔을 한다.


함덕 바다에서 잡은 돌돔


산에서 채취하는 다양한 것들
 제주에는 겨울을 지나고 바람이 잦아들면 봄비가 내린다. 봄비는 새싹들을 자라게 해 주고 '이것'도 자라게 해 준다. 바로 고사리다. 그래서 제주의 봄비는 '고사리 장마'라고 한다. 고사리 장마는 꿔서라도 내려야 한다는 속담도 있다. 제주에서만 내려오는 말이다. 고사리 장마 때는 안개가 제주 곳곳을 낮게 움직이듯이 돌아다닌다. 4~5월에 제주에서 비가 내리는데, 안개까지 있다면, 그것이 고사리 장마다. 이 고사리 장마가 끝나고 나면 바로 고사리를 따러 가야 한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면, 중산간 도로를 지나가다 차가 2~3대 정차해 있다면 그곳이 고사리 따는 곳이다. 제주로 이사하고 처음 맞이 하는 고사리철에 주인집 언니와 같이 고사리를 따러 갔었다. 육지에서 온 나에게 철저한 준비를 해주셨고, 고사리 따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등산화에 겨울 산행 때 사용하는 스패치(발목에 착용하는 토시 같은 것)까지 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뿌렸다. 진드기와 뱀이 있어서 단디 준비했다. 고사리는 햇빛이 비추면 고사리의 잔털 같은 것들이 반짝거린다. 한 번 보이기 시작하면 잘 보인다. 주인집 언니 올케도 같이 갔었는데, 갓난아기를 한 손으로 안고 고사리를 따도 나보다 많이 따셨다. 처음 고사리와의 만남은 미비했지만, 매년 고사리를 따러 가다 보니 점점 실력이 늘어 이젠 한 바구니는 거뜬하게 따온다. 고사리는 삶은 후 물에 담가 독을 뺀 후에 먹어도 되고, 생고사리를 물에 담갔다가 냉동해 놓고 먹어도 된다. 말려서 먹기도 하지만 제주에서는 대부분 안 말리고 먹는다.


직접 딴 고사리(우)로 담그는 고사리 장아찌(좌)


 고사리철이 끝나면 바로 시작하는 산딸기를 채취할 수 있다. 산딸기는 나무처럼 자라서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딸 수 있어서 고사리보다 수월하다. 산딸기를 따러 갈 때는 팔 토시와 장갑은 꼭 있어야 한다. 넝쿨이 많아서 다칠 수도 있다. 물론 고사리를 딸 때도 장비가 있어야 한다. 고사리 앞치마, 모자, 팔토시, 장갑, 장화까지 구입했다. 산딸기는 따기도 쉽고, 바로 먹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다. 산딸기도 중산간에 많은데, 지나가다 보면 하얀 꽃이 핀 작은 나무가 산딸기나무다. 꽃이 폈을 때, 위치를 잘 기억해 뒀다가 다음 주에 가면 산딸기가 있을 것이다. 산딸기는 고사리처럼 채취해 가도 또 자라고 그런 게 아니라서 누군가 따가면 끝이다. 우리는 처음에 우리가 찾아 놓은 장소를 매일 가서 산딸기가 열었는지 봤다. 산딸기는 누가 따가기도 하지만, 금세 말라버리기도 해서 시기를 잘 맞춰 가야 한다. 흰 꽃이 만개한 후에 며칠 후에 가면 빨갛고 예쁜 산딸기가 가득 열려 있을 것이다. 산딸기는 그냥 먹어도 되고, 술을 담가도 되고, 잼을 만들어도 된다.


중산간 산딸기
교래리의 가을 밤


 또 봄에 채취할 수 있는 것이 톳이다. 톳은 사리 때 간조에 가면 바위에 붙어 있는 것을 따면 된다. 사리 때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시기라서 물이 많이 빠지고 많이 차오른다. 톳은 아무 데나 가도 많지만 사리 때 간조에 드러나는 톳이 그나마 깊은 곳에 있던 톳이라서 먹을 수 있다. 톳도 해녀의 바다에서는 채취하면 혼난다. 개방어장에도 충분히 많다. 엄마가 톳을 좋아하셔서 따다가 삶아서 냉동을 해서 보내드린 적이 있었다. 톳을 따는 것은 쉬운데, 삶고 씻고 다듬는 일이 오래 걸린다. 톳 사이의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고 작은 생명체가 많이 딸려 나와서 삶고 나서도 한참을 씻어야 한다.

 채취의 달인 경지에 오르신 우리 집 앞집에 사시는 아저씨는 왕조개도 캐서 나눠주시고, 산더덕도 한 포대 캐오셔서 나눠주신다. 왕조개는 아니더라도 일반 조개는 캐봤지만, 산더덕은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 산에서 채취할 수 있는 것은 이외에도 두릅, 달래, 쑥 등이 있다.

 여름에는 보통 바다에서 채취를 많이 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밤을 주우러 간다. 보통은 캠핑을 하면서 밤을 주워 삶아 먹는다. 동네에서 발견하기 쉬운 건 도토리처럼 생긴 열매인데 밤과 비슷한 맛이 나고 맛있는 것이 있다.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구실잣밤나무'가 있다. 이것도 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나무 밑에서 뭔가를 줍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동네에 흔하게 많지만, 다른 집의 마당에 있는 나무들이 있다. 공용주차장에 있는 나무들도 있어서 동네 삼춘들이 먹어도 된다고 얘기해 주시는 나무가 있다. 어떤 분은 자기네 집에 있는 나무에서 먹어도 된다고 허락해주시기도 한다. 이 나무들이 무엇이냐면, 무화과나무이다. 무화과는 생으로 먹어도 너무 맛있고, 잼을 만들어도 맛있다. 제주도의 무화과나무는 흔하다. 그리고 오디나무, 비파나무, 하귤나무 등이 있다. 물론 제일 쉽게 접하는 것이 귤나무다. 귤나무는 겨울 내내 어디서든 딸 수 있다. 요즘은 풋귤부터 따니까 가을부터 따기 시작한다. 풋귤은 8~9월에 딴다. 풋귤은 청으로 담가도 되지만, 칩으로 말려서 차로 마셔도 된다. 귤이 흔해지고 내 손이 노랗게 되는 겨울에는 시간이 나면 귤을 따러 간다.


귤이 흔해 질 때는 만들어 놓고 겨울내내 마시는 귤차, 귤에이드 등


 제주에서는 부지런하면 굶어 죽진 않는다고 말씀해 주신 동네 삼춘 말씀이 맞았다. 제주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 아직 많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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