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산책

산책하듯이 타인의 취향대로 걷는다.

by 강주미

산책이란 말부터 생각해 보면, 어느 장소를 걸어 다니면서 주변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아주 좋은 행위다. 서점을 산책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페를 산책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렸을 때 생각했던 꿈이 하나 떠오른다. 내가 만든 공간에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창작을 해나가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림, 음악, 글이 한 곳에 어우러지고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공간으로 이뤄지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가 가는 가게는 무엇을 사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보통은 간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가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가게는 하나의 공간이며 주인장의 생각과 삶이 녹아 있는 곳이다. 자본주의에서 살짝 벗어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가게들이 많이 생겼다. 이런 곳들이 그들의 공간이 되는 것이고, 이런 공간을 산책한다면 어떨까.

독립영화가 생겨나고, 인디밴드가 생겨나고, 이것은 출판에 이르러 독립출판과 독립책방을 만들어냈다. 큰 회사에서 내 창작물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직접 세상에 내보이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결과물들이다. 이것들이 꽤나 훌륭했고, 때로는 인기를 얻기까지 했다. 무엇이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했냐를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다양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끌리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지만 사실은 중요한 부분이다. 회사에서는 이윤을 남겨야 하는 곳이라서 모험을 좋아하진 않는다.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 음악, 책 등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그것은 새로운 형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런 좋은 창작물들은 공간에 들어가게 된다. 속초, 제주도, 남해 등 곳곳에서 만들어졌다.


내가 사는 곳은 제주도다. 이런 공간이 많은 곳으로 대표적이다. 꿈을 직업으로 말하지 않게 되고 점점 구체적인 상상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하나둘 도시를 떠났다. 돈을 적게 벌어도 살 수 있는 시골로 이주를 하면서 그곳에 꿈을 펼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작은 동네에 그렇게 재밌는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공간에서는 책을 팔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커피를 팔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누군가 만든 물건이 놓일 때도 있다. 이런 공간을 산책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쩌면 바닷가 근처에 살아서 자연이 항상 매 순간 아름답기 때문에 가게 산책이 더 재밌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발상이 좋다.


오래된 책 냄새가 나는 책방이 문을 열었다. 당장 달려가 보았다. 청계천, 인천에 있는 헌책방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었다. 아주 오래된 헌책방과는 다르지만, 주인장이 소장하고 있던 책을 그 공간에 쏟아 넣었다. 이런 곳에서는 보물 찾기를 하든 산책을 하면 좋다. 주인장이 하나하나 모은 책을 훔쳐보듯이 찾아내고, 마음에 드는 책을 드는 순간 주인장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책은 어디서 어떻게 왜 갖게 됐는지를 얘기해 주면, 내가 가져도 되는 책인지 생각하게 된다. 때로는 책 첫 장에 글귀가 적혀 있기도 하고, 손때 묻은 페이지에서는 누군가 생각이 머문 곳이 느껴지기도 한다. 몇 권 책을 고르면서 작은 책방을 돌고 돌면서 산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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