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라>
<수라>는 2023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황윤 감독이 7년 동안 준비한 작품으로 2022년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과 2023년 서울 국립환경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파타고니아 본사의 후원과 런던아시아영화의 초청을 받았다.
"수라"는 만경강, 동진강 하구의 새만금 갯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이다. 세계 최대, 최고의 갯벌로 불리던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고 수라 갯벌만이 겨우 살아남은 이유는 1991년부터 30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어어지고 있는 새만금 간척 사업 때문이다.
갯벌은 인간의 마지막 식량 창고이자 지구의 콩팥이다. 엄청난 탄소 흡수력으로 기후 위기를 막고 수질을 정화한다. 습지의 탄소 흡수력은 숲의 50배에 이른다. 2021년에는 우리나라 갯벌이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선물처럼 주어진 이 소중한 갯벌에 시멘트가 쏟아졌다. 갯벌을 메워 농경지로 삼겠다고 시작한 것이 새만금 방조제 건설이다. 그것도 모자라 군산의 신공항 건설로 마지막으로 남은 수라 갯벌마저 위험에 처했다.
'비단에 놓인 수'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수라 갯벌. 세상은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갯벌의 생명들이 사라져 보존 가치가 없다 말했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많은 물새와 게, 조개들이 기적처럼 살아있었다. 가까이 와서 그 생명들을 확인한 황윤 감독은 이곳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수라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20년 동안 갯벌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기록해 온 사람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종 보호종 40종 이상의 생명들이 멸종되어 마지막일지도 모를 모습을 남기기 위해, 동시에 수라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찾아 수라를 지키기 위해 13년을 바쳤다.
황윤 감독은 메모, 녹음본,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된 이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살피고 파악하느라 영화를 만드는 데 7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시민생태조사단장인 오동필 씨와 그의 아들 오승준 씨를 중심으로 영화는 수라 갯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진심을 펼쳐낸다.
오 단장은 아름다운 생명을 봤기에 수라를 외면할 수 없는 책임감을 '아름다운 죄'라 칭하며 여기만 남아도 원이 없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토한다.
영화는 갯벌이 사라지며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어민들의 슬픔과 울분도 전한다. 갯벌이 마르며 초미세먼지가 날아와 고통받는 주민들. 바다를 잃고 풀을 베는 일로 한 달에 20~30만 원을 번다며 울음을 토해내는 할아버지. 조개 캐던 때가 몇 년 동안 계속 꿈에 나왔다던 할머니. 바다와 함께한 일상이 어쩌다 꿈이 되었을까...
우리는 모두 원주민 추장의 오래된 연설문을 새겨들어야 한다.
"세상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강이 더럽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을 것인가.
돈은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을.'
수라가 품은 수많은 생명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들이 비춰준 것은 우리의 존귀함이다. 나 자신과 가족들, 주변 이웃들의 생명을 마음으로 기뻐하는 사람들은 들을 수 있다. 수라에서 살고 있는 심장이 외치는 소리를!
'당신들처럼 우리도 살아 있습니다.
당신들처럼 우리도 아름답고 귀합니다.
당신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우리를 지켜주세요.'
방조제로 썩은 물이 사는 유일한 방법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만나 모이는 것, 수라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수라>를 통해 생명과 수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연대하는 것. 이것이 수라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우리는 너무나 필요한 존재들이다.
아름다운 생명, 수라 갯벌.
아름다운 생명, 우리들.
혼자 살 수 없어 서로가 필요한 우리도
그들과 같은
수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