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쓰는 첫 문장>
모든 진심은 결국 표류한다
모든 진심은 결국 표류한다. 나는 진심이 마음의 끝판왕, 최종 보스인 줄 알았다. 진심만 등판하면 상대는 결국 받아줄 거라고 믿었다. 순진하게도.
아이의 학습 태도 문제로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공부 습관이 잡히길 바라며 나름 인내하고 다양하게 시도했다. 아이 스스로 각성하기를 고대했다. 마냥 놀기만 할 나이는 진작에 지났음에도, 세월아 네월아 폰을 붙잡고 한량처럼 지내는 아이를 볼 때마다 폭탄 심지에 하나씩 불이 붙는 것 같았다.
그러다 결국 터졌다. '소중한 네 인생을 왜 이렇게 흘려버리니... 지금이 얼마나 좋고 중요한 시간인데 왜 이렇게만 사니...' 아이 앞에서 울어버린 건 처음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아이의 눈동자도 흔들리는 것 같았다. 한편으론 내심 기대했다. '엄마의 진심이 눈물로 전달됐을 거야. 이제 뭔가 달라지겠지.'
진심이면 다 될 줄 알았다. 아이를 향한 사랑과 그 인생을 아끼는 절실함이 가닿을 줄 알았다. 글쎄. 그랬을지도 모른다. 잠깐은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진심은 다른 모양과 온도로, 되레 지나치게 뜨겁고 무거운 짐으로 전달됐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그날 이후로도 똑같이 하루를 흘려보냈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금사빠 기질인지, 운명의 상대를 잡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한 사람에게만 직진하는 사람들이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진심은 너무 빠르고 너무 강해서 상대에게는 부담이고, 주변엔 불편이 되었다. 정작 본인은 눈가리개를 한 말처럼 다른 것은 못 본 채,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다.
진심도 마음이다. 마음이란 건 순간을 지나 흘러간다. 출렁이고 변한다. 거짓 없는 참된 마음조차 언젠가는 흔들린다. 내가 주었다고 상대가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관계란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어서, 상대에게 연결되어야 비로소 성립된다. 진심은 관계의 시작이지, 끝도 아니고 모든 것도 아니었다. 진심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다.
진심은 순수한 마음의 원석이다. 존재만으로는 제 빛을 발하지 못한다. 더 섬세하게 다루며 꺼내고, 닦고, 다듬어야 한다. 상대의 진심에 귀 기울이고,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진심을 조율해 가야 한다.
큰마음 먹고 용기 내어 전한 진심이 오해로 돌아와 관계를 무너뜨릴까 입을 닫지 않기를 바란다. 진심은 닿았어도 해석은 어긋날 수 있고, 의미는 언제든 표류할 수 있다. 그러니 지치지 않고 대화하며 또 다른 길을 함께 찾을 거라 믿었으면 한다.
진심이 결실을 맺지 않더라도, 끝없이 혼자만 편지를 띄우는 심정일지라도,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다. 진심을 날려보낸 흔적들이 돌아오는 길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상대의 진심에 닿아 방향을 바꾼 바람으로 돌고 돌아서 시원하게 불어올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진심이 마음의 끝판왕이라 믿나 보다. 진심이 가진 가능성을 믿고, 기적처럼 돌아올 그 마음을 언제까지나 기다리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