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나를 사랑할 것이다

by 싱긋

<따로 또 같이 쓰는 첫 문장>

한 걸음 내딛는 데 10년이 걸렸다.



한 걸음 내딛는 데 10년이 걸렸다. 지금은 중학생인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아이들이 등원하면 나는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배고픈 줄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다 하원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무기력한 공허로 생기라곤 하나 없는 우울감에 갇혀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책을 읽고 필사하며, 강연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매일 뭔가로 채우며 바쁘게 지내는 일상을 보며 내가 변했나 싶어 기대했다.



하지만 자존감은 여전히 바닥이었고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쉽게 화가 났다. 용을 써봤지만 조급함만 늘어갈 뿐, 나는 늘 한자리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노력도 아무 소용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변화는 멈춘 적이 없었다.


나는 계단을 쌓고 있었다. 정체로 오해한 축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곡차곡 나를 둘러싼 벽의 높이만큼 계단을 설계하고 있었다. 그 계단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망설이고 고민하던 날들이 쓸모없지 않았다. 결코 넘지 못할 것 같던 벽이 지금 내 발 아래 있다. 실패하고 망가질까 봐 회피하고 멈춘 채 작은 원 안을 살던 시절이 있었기에, 여기 이 곳에 내딛을 수 있었다.



그 시간들 속의 나는, 나를 지키고 있었다. 둥그런 선으로 감싸고 웅크리며 버텨낸 거였다. 때로는 어설픈 몸짓으로 내달리고, 삐뚤빼뚤 선을 긋고 지우며 새로운 모양을 만들었다.



이제 그 계단 위에서 벽 너머의 세상을 바라본다. 높은 시선에서 뒤를 돌아보니 알겠다. 움츠림과 움직임 사이를 오가던 모든 날은, 그 무엇도 아닌 나를 향한 끊이지 않는 사랑이었다.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삶은 다른 궤도를 그린다.



선 밖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하나씩 그려본다. 아직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어떻게 그릴 수 있을지 막막하지만 널따랗게 펼쳐진 새하얀 가능성들이 이제서야 보인다. 여기까지 버티고 견뎌준 과거의 내가 고마워 한 귀퉁이에 끄적인다. "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어. 이제 나는 할 수 있어.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어. 그리고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됐어."




나를 향한 사랑을 깨닫는 데 10년이라는 한 걸음이 걸렸지만 그 덕분에 믿음이라는 또 한 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하게 됐다.



그렇게 나는 또 나를 사랑할 것이다.

어떤 방향일지 알 수 없지만

언제까지고 나는 참으로 나를

사랑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