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밤이 유독 길어지는 날들

마음이 먼저 집에 돌아오지 않는 밤

by 그릿 grit

밤이 되면

하루가 끝났다는 안도보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는 감각이 먼저 온다.

불을 끄고 누우면

비로소 혼자가 된다.


낮 동안은 혼자인 줄도 몰랐는데

밤이 되면

혼자였다는 사실이 정확해진다.

괜찮은 척 넘긴 말들,

웃음으로 덮은 순간들,

아무 일 없는 얼굴로 지나친 하루가

이 시간에 와서

조용히 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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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집에 돌아왔는데
마음만 아직 귀가하지 않은 밤이다.


혼자인 밤이 유독 길어지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외로움을 설명할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낮에는

‘아직’이라는 감정을 숨길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역할을 수행하고,

나를 바쁘게 밀어 넣으면

마음은 잠시 뒤로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밤에는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가장 먼저 말을 건다.

마음은

자꾸 자기 얘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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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휴대폰을 든다.

연락할 사람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쯤은 화면을 켜본다.

연락하지 않는 연습은

항상 이 시간에 가장 먼저 무너진다.


이미 끝났다는 걸 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남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정말 혼자가 된 걸까.


이런 밤에는

미련과 사랑의 경계가 더 흐려진다.

그 감정이 무엇이든

결국 나는

이 시간을 혼자 견디고 있으니까.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사랑했던 내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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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밤은

사라지지 않은 나를

계속해서 마주하게 한다.

가끔은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숨 쉬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이 밤이 조금 덜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런 생각 뒤에는

항상 같은 문장이 따라온다.

그래도,

아직은 아니라고.

그래서 오늘도

이 밤을 혼자 지난다.

누구를 붙잡지도,

누구를 밀어내지도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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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밤이 길어지는 건

내가 약해서가 아니다.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향한 ‘아직’이라는 마음을

함부로 접지 않았다는 증거,

감정을 흘려보낼 여백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혹시 지금

혼자인 밤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면,

그건 당신이 뒤처진 게 아니라

아직 마음을 쉽게 버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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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밤을 지나고 있다.

‘아직 사랑 중’이라는 말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라

혼자인 시간 속에서도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밤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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