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이라는 말은 이제 그만해야 하나요 ?

아직을 말하지 않으면 괜찮은 사람이 되는 사회에서

by 그릿 grit

어느 순간부터

“아직”이라는 말을 꺼내는 일이

조금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어른이 된 이후부터도 그랬지만,

사별을 겪고 나서는

그 말이 유독 더 무겁게 느껴졌다.


아직 힘들다.

아직 마음이 남아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그 말을 덧붙이는 순간

나는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 되고,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이 되고,

시간을 거슬러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씩 “아직”을 지운다.

말을 줄이고,

표정을 정리하고,

굳이 묻지 않은 질문에는

괜찮다고 먼저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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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이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금방

‘괜찮은 사람’이 된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이미 다 지나간 사람.


그 사회는

회복을 친절하게 말하지만

분명한 조건이 있다.

시간이 지났을 것,

눈물이 줄었을 것,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을 것.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은

조용히 분류된다.

아직 거기 머물러 있는 사람으로.


문제는

“아직”이라는 말이

상태가 아니라

태도로 오해된다는 데 있다.

아직은

붙잡겠다는 선언이 아니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고집도 아니다.

아직은

마음이 따라오는 속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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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는 사실을

머리가 먼저 받아들였고,

그다음에야

마음이 천천히 도착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간격을

의지의 문제로 착각한다.

“이제는 그만해야 하지 않아?”

라는 말 속에는

이런 뜻이 숨어 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이제는 느끼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이제는 설명 없이

정리된 사람처럼 살아도 되지 않겠냐고.


그래서 우리는

“아직”을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아직”을 숨기고,

“아직”을 혼자만 알고,

“아직”을 마치 지나간 일처럼 둔다.

그 결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계속

자신을 검열하게 된다.

이 감정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이 마음은 아직 허용되는 범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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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일까.

괜찮아지는 지점은

도대체 어디쯤일까.


하지만

괜찮아 보이는 것과

괜찮아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아직”이라는 말은

그만해야 할 말이 아니라

아무도 재촉할 수 없는 말이다.


그건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부르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아직”이라는 말을 붙잡고 있다.

그 말 덕분에

‘억지로’라는 말과 조금 멀어질 수 있었고,

마음을 속이지 않아도 되었고,

느끼는 나를

함부로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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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을 말하지 않으면

괜찮은 사람이 되는 사회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 불편한 사람으로 남는다.


“아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아직 느끼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으로.

그래서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직”이라는 말은

그만해야 할 말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끝까지 데리고 가기 위해

필요한 말이라고.

— Grit그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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