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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에서는 립스틱을, 러시아에서는 황금 변기솔을!

저항의 상징, 저항의 방법... 진보란 저항의 결과물인지도

립스틱과 황금 변기솔     

'아랍의 봄'  10년 변한 건 없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진압 경찰과 대치하며 평화적 시위의 의미로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아랍 민주주의)의 진원지였던 튀니지에서 독재정권은 추출됐지만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빈곤, 권력층의 부정부패에 시달리고 있다. 아랍의 봄은 중동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권력 지형이 재편됐다. 튀니지는 정쟁에 정부는 마비되고 최악 실업률 상태다. 2020년 1만여 명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카다피·살레는 축출되었고 리비아·예멘은 내전 중이며 이집트에선 군사 쿠데타로 제2 독재자가 출현했다. 튀니지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들은 “변화를 믿었지만 바꿀 수 없었다”라고 성토한다.


튀니지의 시위대는 최근 ‘립스틱’을 평화의 상징으로 썼다고 한다. 시위 중 립스틱을 바르는 행위는 평화 시위 임을 보여주는 방편이라 주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굳이 립스틱을 바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아랍에서는 여성들이 얼굴을 드러내거나 요란한 화장을 하거나 자신의 몸을 보이는 것을 금기시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에 저항의 도구로 립스틱을 선택한 듯싶다. 총을 겨눈 시위대 앞에서 새빨간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아랍 여인의 도발적인 모습을 상상해본다. 흔히 자극적인 색상의 립스틱을 덧바르는 것은 유혹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시위 현장에서 덧바르는 립스틱이라니....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는 없으나 파격적인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러시아의 대규모 시위에서 ‘황금색 변기솔’이 새로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황금색 스프레이를 칠한  플라스틱 변기솔을 들고 거리로 나서서 나발니의 석방을 외치고 있다. ‘황금색 변기솔’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호화 궁전’을 풍자하기 위한 도구다. 지난달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11억 유로 규모의 호화 리조트 실체를 폭로하면서 건물 안에는 개당 700유로(우리 돈으로 95만 원 정도) 상당의 황금 변기솔이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러시아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항의 상징으로 등장한 황금 변기솔을 보다가 명작동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어릴 적 흔히 보아온 명작동화의 시작은 늘 이러하다.


<옛날 옛날 아주  크고 화려한 궁전에 욕심 많은 왕이 살았어요. 

궁궐 벽은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로 장식되어있었고 심지어 화장실 바닥도 황금으로 되어 있었어요.

 화장실을 청소할 때 쓰는 빗자루와 솔도 황금으로 만들어져 번쩍번쩍 빛이 났어요.

왕은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은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용서하지 않았지요.

용감한 한 신하가 왕에게 감추어진 보석 궁전이 있다는 말을 사람들에게 알렸어요. 그 신하는 곧바로 왕궁 근위대에 의해 끌려갔어요. 성 사람들은 저마다 집에 있는 변기솔에 가짜 황금가루를 묻혀서 들고 나왔어요. 그 신하를 석방해달라고 외쳤어요. 가짜 황금가루를  묻힌 변기솔을 든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어요.

하지만 왕은 성 사람들의 외침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동화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겠다. 욕심 많은 왕이 용감한 신하를..... 어떻게.... 할지는....

황금 변기솔을 든 성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될지도..........

행복한 결말이기를 바랄 뿐이다.


홍콩 시위대는 노란 우산을 써서 ‘우산 혁명’ 이란 명칭이 붙었는데 우산은 비와 경찰의 최루탄을 막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촛불을 든 나라,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나온 나라, 국기를 들고 나온 나라, 장미꽃을 든 나라. 저항의 방법은 다양하다. 립스틱과 변기솔이라는 저항의 도구...  앞으로는 또 어떤  도구가 저항의 상징으로 쓰일까....     

립스틱을 바르든, 장미꽃을 들든, 촛불을 켜든, 우산을 쓰든, 황금 변기솔을 들든 이 모든 것들은 변화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며, 불의에 대한 항거이며 연대의 확인이다. 진보란 이러한 저항의 결과 만들어진 산물일 것이다/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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