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여는 아침.
11월이다. 두툼했던 달력이 얇아졌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인디언들은 세상의 모든 만물에 영혼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했다.
인디언들은 11월을 그들의 방식으로 부른다. 부족마다 11월을 부르는 이름이 독특하다.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크리크족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체로키족
강물이 어는 달:히다차족, 북부 아라파호족
만물을 거두어들이는 달:테와 푸에블로족
어린 곰의 달:위네바고족
기러기 날아가는 달:카이오와족
꽁꽁 어는 달:아니시나베족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아라파호족
지난달과 별 차이 없는 달:엘곤퀸족
서리 내리는 달:아시니보인족, 무스코키족
샛강 가장자기가 어는 달:샤이엔족, 크리족
사슴이 발정하는 달:샤이엔족
짐승들 속 털 나는 달:호피족
많이 가난해지는 달:모호크족
아침에 눈 쌓인 산을 바라보는 달:위쉬람족
큰 나무 어는 달:마운틴 마이두족
네 번째 손가락 달, 눈 내리는 달:크라마트 족
이름 없는 달:주니 족
아라파호족의' 모든 것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혹은 '모든 것이 다 사라지지는 않은 달'이라 해석되는 11월의 명칭에 시선이 멈춘다. 아직은 다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바람의 결과 햇살의 농도가 달라지면서 나무들은 비움의 군무를 시작한다. 버려지는 것들. 떨어지는 것들.
그것은 끝남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거의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목이 될 때까지 비움의 춤은 계속된다. 하지만 아직 11월은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은 달이다.
아직 사라지지는 않은 달 앞에서 지난달의 달력을 떼어내다가 위안을 받는다.
아직은 하지 못한 것들을 할 수 있는 달이다. 나란히 서있는 막대기 두 개. 11월. 아직은 서 있는 것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직립해있는 모든 것들...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또 한 해의 끝을 향해 가지만....... 아직은 사라지지 않은 것들을 붙잡아 또 어떤 의미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달이다.
엘곤퀸족의 '지난달과 별 차이 없는 달' 모호크 족의 '많이 가난해지는 달' 크리크족의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도 공감이 가는 이름이다. 지난달과 별 차이 없는 달 11월. 어떤 아쉬움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지난달과 별 차이 없이 지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날들도 결국은 우리가 의미를 붙이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니 지난달과 별 차이 없는 달로, 그리고 아직은 사라지지 않은 달로 11월을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