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시간은 앞으로도 흐르고 뒤로도 흐른다
열역학 제2 법칙은 무질서 혹은 엔트로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질서도가 높은 상태에서 혼란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진행 방향이다.
시간에 따른 무질서 혹은 엔트로피의 증가는 '시간의 화살'이라고 부르는 것의 한 예다.
시간의 화살은 시간에 방향을 부여하고 과거를 미래와 구별한다.
시간의 화살은 세 종류가 있다
1.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무질서 혹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시간 방향)
2. 심리적 시간의 화살(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방향) 그 방향으로 인해 우리는 과거는 기억하지만 미래는 기억하지 못한다
3. 우주과학적 시간의 화살(우주가 수축하지 않고 팽창하는 시간 방향)
심리적 화살은 열역학적 화살에 의해 결정되며 이 두 화살들은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 시간의 역사 - 스티븐 호킹
양력설이 지났고 또다시 음력설이 지났다. 한 해에 두 번의 새해를 맞는 기분. 비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미 1달 전 새해인사를 했으면서도 다시 새해인사를 하는 카톡 울림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모이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극히 간소하게 보낸 명절이었다. 상차림도 최소화로..
1월 1일 새해 새날... 무슨 다짐을 하였는지 기억조차 아득한 채로 벌써 2월의 한 복판에 서있다. 코로나 여파로 설 느낌도 밸런타인데이라는 느낌도 없다. 그냥 모든 것이 정지되고 고여가는 것에 익숙해지는 모양이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1년을 보냈는데 달력은 어김없이 2021을 가리킨다.
세상 모든 것들은 혼란도 증가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 바닥에 떨어져 깨진 컵은 무질서 증가의 방향으로 이동한 것.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 컵이 다시 식탁 위로 올라가 원래대로 복원하는 일은( 지금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사람의 죽음이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 몸이 아파오는 것도 무질서 증가의 방향으로 진행되는 예라 할 수 있다. 멈출 수 없는 것. 멈추려 해도 멈추지 못하는 시간의 불가항력 앞에 시간은 화살이 분명하다.
과녁을 향해 날아간 화살이 다시 거꾸로 화살통을 향해 날아올 리는 없으니까.
심리적 시간의 화살은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분명 많은 일을 했다. 그럼에도 왜 밤 시간이 되면 숙제를 다하지 못한 기분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찍 일어나 이른 새벽 약간의 산책도 했고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했고 수업도 했다... 그럼에도 왜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인지...
어린 날, 그리고 젊은 날, 그리고 지금보다 젊은 날.... 시간은 늘 많은 것처럼 보였다. 가끔은 20대의 나는 20대가 휘리릭 지나가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다. 무언가 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 버거울 때면 나는 무언가 되기를 바랐다. 지금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언가 '된'상태지만 지금 '된'것이 꼭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으니 자꾸 초조해지는 모양이다.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도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심리적 시간의 화살이 작동하는 모양이다.
빠르게 날아가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을 바라본다.
물리적 시간은 늘 앞으로 흐른다.... 시간이 뒤로 흐르는 것은 내가 기억 속 누군가를 소환할 때이다. 자판을 두드리다가 과거 어느 날로 나는 돌아간다. 잊힌 어느 날, 그때 그곳에 존재하던 것들을 마주한다. 시간의 심리적 화살은 뒤를 향해 날아간다. 뒤로 날아간 시간의 심리적 화살들. 그러나 오래 거기 그곳에 머물지 못한다.
심리적 시간의 화살도 결국은 다시 앞을 향해 날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열역학 제2법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시간은 간다. 앞을 향해서 날아간다. / 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