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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가

추락하는 것과 꽃피는 모든 것을 위해 건배 /파블로 네루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가>

하루가 지나면 우리는 만날 것이다

그러나 하루 만에 많은 일이 일어난다

거리에서는 포도를 팔고

토마토는 껍질이 변한다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던 소녀는

다시는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 예고 없이 우편배달부가 바뀐다

이제 편지들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

황금빛 잎사귀 몇 개로 나무는 다른 나무가 된다

이 나무는 더 풍성해졌다


오래된 껍질을 지닌 대지가 그토록 많이 변하리라고

누가 우리에게 말해 주었는가?

어제보다 더 많은 화산이 생겨나고

하늘은 새로 생겨난 구름들을 가지고 있으며

강물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세워지는가

나는 지금까지 수백 개의 도로와 건물들

그리고 배나 바이올린 모양의

섬세하고 가느다란 다리들의

준공식에 참석했었다


그러므로 내가 당신을 만나

당신의 꽃향기 나는 입술에 입 맞출 때

우리의 입맞춤은 또 다른 입맞춤이고

우리의 입술은 또 다른 입술이리라


그러니 사랑이여, 모든 것을 위해 건배하자

추락하는 것과 꽃피는 모든 것을 위해 건배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과 비를 위해 건배

변화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으로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공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를 위해 건배

우리의 삶이 시들어 가면

그때는 우리에게 뿌리만 남고

바람은 미움처럼 차갑겠지


그때는 우리의 피부를

손톱을, 피를. 시선을 바꾸자

당신이 내게 입 맞추면 나는 밖으로 나가

길에서 빛을 팔리라


낮뿐 아니라 밤을 위해서도 건배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서도 건배

- 파블로 네루다 -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가. 눈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들,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늘 보던 나무기 전혀 다른 나무가 되듯 거울을 통해 바라본 나도 어제의 나와 다르다.

하루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예고해주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들의 하루란 일기예보가 아닌 것이다. 누군가가 미리 ‘하루 예보’를 해준다면 우리 생은 얼마나 지루할까?

비가 오고 남동품이 불고... 눈이 잠깐 내리다가....

하루 예보가 있다면 불행한 사람도 없어지리라... 10시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13시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지고.....

마음 예보가 있다면 마음이 부서지지 않기 위해 단단히 마음 우산을 준비할 것이다.


그러니 사랑이여, 모든 것을 위해 건배하자

추락하는 것과 꽃피는 모든 것을 위해 건배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과 비를 위해 건배

변화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으로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공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를 위해 건배


추락하고 꽃 피는 모든 것을 위해 건배... 어제와 오늘을 위해.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위해 건배. 변화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으로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생각하면 세상 속에서 숨 쉬는 생명체로 ‘하루’를 산다는 일에 감사할 일이다. 주어진 ‘하루’ 우리들의 생이란 결국 주어진 하루들의 총합일 것이다.

나무에 맺힌 봄의 꿈은 지난 가을 나무의 추락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다시 돌아오기 소멸하듯 나의 하루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 지고 있다. 우리에게 무한정 주어진 공기. 아직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무제한적으로 공급되는 공기와 발을 딛고 사는 대지... 무료로 공급된 햇빛 한 줌과 바람 한 자락. 오늘 하루 나를 견디게 해 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해가 내리쬐고 눈보라 치는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 건배/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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