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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안목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축복을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기원전 2세기경 이집트에서는 모래와 구릿 가루를 혼합하여 ‘이집션 블루’라 불리는 안료를 만들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보호를 상징하는 눈 부적>은 이집션 블루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눈’을 생각하면 이집트 고분벽화,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색의 강렬함과 눈동자의 선명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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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 올림픽 개. 폐막식 총괄 제작자이면서 우리에게 ‘난타’로 더 익숙한 배우 송승환이 황반변성 혹은 망막색소 변성으로 시력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다.

“제가 중심 시력의 시각세포가 거의 다 죽었어요. 주변 시력은 살아 있어서 형체를 겨우 알아보는 정도죠. 문제는 글씨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겁니다.”

그는 눈앞이 흐릿하다. 앞에 선 이의 얼굴도, 새 옷으로 갈아입은 계절의 초롱초롱한 자태도 더는 눈에 담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절망의 끝에서 다시 무대에 선다. 연극 <더 드레서>에서 주인공 늙은 배우 ‘선생님(Sir)’을 연기한다. <더 드레서>의 주인공은 무대에서 늙어가는 배우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노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것이 바로 시력 저하일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눈의 노화 속도가 다른 사람들마다 빠르다. 이토록 읽어야 할 책도 많고 써야 할 글도 많은데 눈이 안 좋아지면 어떡하나 고민이 되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사람들의 얼굴에서 ‘눈’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듯하다. 입꼬리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대개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곤 했다. 하지만 마스크로 가려진 입. 짧은 만남의 순간.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을 통해서다. 스캔하듯 빠르게 상대를 감지하고 상대의 눈빛을 읽어낸다. 눈꼬리의 미세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눈동자의 흔들림에 집중한다. 더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눈.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상투적이고 진부한 말도 새삼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상대의 홍채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 상대의 눈동자를 깊이 바라보는 것은 아마도 눈동자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주어진 시간 동안 눈으로 상대의 모든 것을 인식해야 한다.

어쩌면 이집트인들은 이러한 눈의 중요성을 알기에 ‘눈’ 모양의 부적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노화는 당연히 찾아오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그의 ‘난타’가 너무도 강렬했던 탓일까. 배우이자 제작자인 송승환의 실명 소식은 안타깝다. 무대 위에서 그의 뜨거운 두드림은 더 강렬할 것이라 믿는다


노화를 피할 수는 없지만... 눈의 노화만큼은 속도를 늦추고 싶은 아침...

지아잔틴 함량이 높다는 눈 영양제를 검색하는 손이 자판 위에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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