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위태로운 바스락거림이 좋았다
12월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인디언들은 족마다 다양하게 12월을 부른다.
다른 세상의 달 , 침묵하는 달 , 나무껍질이 갈라지는 달 , 큰 뱀코의 달 , 무소유의 달 , 큰 곰의 달, 중심 되는 달의 동생 달 , 늑대가 달리는 달, 작은 정령들의 달, 칠면조로 잔치 벌이는 달 , 첫 눈발이 땅에 닿는 달, 큰 겨울의 달
물고기 어는 달, 존경하는 달 , 새끼손가락 달, 큰 눈 내리는 달, 하루 종일 얼어붙는 달 , 늙은이 손가락 달 , 태양이 북쪽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남쪽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달.....
침묵하는 달과 존경하는 달... 그리고 늑대가 달리는 달이라는 표현에 멈춘다. 12월에 늑대는 왜 달려야 하는 것인지. 내가 늑대의 습성을 잘 알지 못하기에 드는 생각이다. 황야로운 들판을 질주하는 늑대 무리를 생각해본다.. 그 야생의 날렵함을... 혀를 길게 빼고 헉헉거리며 달리는 늑대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12월도 중반을 향해간다. 올해가 가기 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몇 군데 원고 투고도 해야 하고 내년에 발간 예정인 원고도 다시 살펴야 한다. 출판사도 고민해봐야 하고.. 글을 쓰는 일에만 익숙하지 그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활자화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다. 그러하기에 더 촘촘한 점검이 필요하다.
버리지 못하는 습관... 나는 무언가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것이 꼭 값이 나가거나 좋은 물건이어서 낡아도 버리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아주 별 볼 일 없는 물건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버리지 못하는 것들 중 하나는 꽃들이다. 싱싱하고 화사한 꽃다발..... 특히나 장미꽃들은 싱싱할 때나 시들어갈 때나 말라갈 때나 나름의 매력이 있다.
목이 꺾여가는 꽃들을 꺼내어 한 다발로 묶어 벽에 거꾸로 걸어둔다. 돌아보면 이 습관은 아주 오래전부터 해온 습관이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어도 어린날 나는 아버지에게 보내온 꽃다발들이 시들면 마른 꽃들을 하나 둘 추려내어 내 방 창문에 걸어두곤 하였다. 그 위로 먼지가 쌓여가고 점점 색깔을 잃어가더라도 나는 만지면 사라져 버릴것 같은 그 위태로운 바스락 거림이 좋았다.
12월을 내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마른 꽃들이 바스락 거리는 달'이라고 하고 싶다.
환희에 찬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저마다 숨 가쁘게 달려온 1년. 새해라는 들뜸과 희망의 봄과 그 뜨거운 여름을... 그리고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가을....
그리고 한해의 끝. 12월에 이른다. 겨울의 시작이면서 한 해의 끝인 12월....
마른 꽃을 보며 생각한다. 저 안에 있었을 향기와 온기와 보드라움과 싱싱함과 열정과 살아있음을....
이제는 박제된 향기와 박제된 보드라움과 박제된 싱싱함과 박제된 열정과 박제된 살아있음을 생각한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이 저 마른 장미들 안에 남아있다.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
달력을 넘기고 낡은 달력을 벽에서 떼어내고 새 달력을 건다 해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있다.
말라 가는 꽃들은 모든 것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내 어린날의 바람 같은 것이리라
말라 가는 꽃 들안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온기와 향기와 살아있음의 흔적을.....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쉬이 내려놓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것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미련이 많아서일 것이다.
바스락거리는 위태로움 속에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꽃들을.... 그래서 나는 그 꽃들을 차마 버리지 못한다. / 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