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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너는 좋으냐?낙엽 밟는 소리가.

시몬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

낙엽     

                         -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은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은 1892년 발표한 시집 < La Simone >에 수록되어있다고 한다

낙엽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 속에 레미 그 구르몽이

그의 연인으로 추정되는 ‘시몬’에게 묻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고?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 낙엽 아래 한번씩은 떠올리는 시.  이 시를 지은 ‘레미 드 구르몽’은 모를지라도

‘시몬, 너는 좋으냐?’로 시작하는 문구는 널리 알려져 있다.             

빛깔은 정다우나 모양은 쓸쓸한 낙엽이 버림받고 흩어져 있다.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바람은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될 테니. 가까이 와서 어깨를 기대 달라고

우리도 언젠가는 바스락 거리며 소멸할 것이니 밤이 오고 바람이 불기 전에 가까이 와달라고 그는 시몬을 부른다.              

 


레미 드 구르몽(프랑스어: Remy de Gourmont, 1858년 4월 4일 ~ 1915년 9월 27일)은 프랑스의 시인·소설가·문학 평론가이다.     

상징파의 잡지 〈메르키르 드 프랑스〉를 창간하였으며, 비평과 미학에 커다란 공적을 남겼다. 노르망디의 명문 출신이다. 26세 때 결핵의 일종인 낭창에 걸려 얼굴이 추해지자, 문 밖 출입을 하지 않고 고독한 생애를 보냈다. 그는 상징주의의 이론가일 뿐 아니라, 자유로운 입장에서 세련된 취미와 학식을 가지고 시·소설·평론을 썼다.  소설로는 《룩셈부르크의 하룻밤》, 평론집으로 《프랑스어의 미학》, 《문학 산책》등이 있다.                                                                                                                 - 위키백과 참조- 


‘낙엽’보다는 덜 알려진 그의 또 다른 시 <눈>에도 시몬이 등장한다.

    

눈     

시몬, 눈은 그대 목소리처럼 희다

시몬, 눈은 그대 무릎처럼 희다     

시몬, 그대 손은 눈처럼 차갑다

시몬, 그대 마음은 눈처럼 차갑다     

눈은 불꽃의 입맞춤을 받아 녹는다

그대 마음은 이별의 입맞춤에 녹는다     

눈은 소나무 가지 위에 쌓여서 슬프다

그대 이마는 밤색 머리칼 아래 슬프다     

시몬, 그대 동생인 눈은 안뜰에 잠잔다

사몬, 그대는 나의 눈, 또한 내 사랑이다          


시몬을 눈에 빚대어 시몬에 대한 화자의 마음을 드러낸다.

시몬의 마음과 손이 눈처럼 차가울 지라도 시적 화자는 시몬이 자신의 '눈'이면서 또한 사랑이라고 고백한다.

<낙엽>과 <눈>을 읽는 내내 레이 드 구르몽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낙엽 밟는 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와 함께.     

시에서 느껴지는 그 어떤 심상이나 미학적 아름다움보다 26세부터 병에 걸려 바깥출입을 자주 하지 못한 그가 그토록 집요하고 간절하고 애타게 부르는 시몬이 부러웠다. 가공되지 않은 언어로 시몬을 그의 시 속에 불러오는 그의 마음이 전해온다.      

시를 쓰든 산문을 쓰든 마음은 자꾸만 굳어가고 건조해진다. 예전의 설렘과 달뜸은 희석되고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 속에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고 묻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전 거대한 은행나무가 몸부림치던 꼭 이맘때의 가을밤이 생각났다.

“시몬, 너는 좋으냐”라고 물어줄 누군가와 이별하던 밤이었다.

우리가 오래도록 앉아있던 벤치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할 것처럼  샛노란 것들이 눈처럼 쏟아졌다. 

같은 길로 걸어오지 않았고 같은 길로 걸어가지도 않았다.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그리고 인생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으리라. 이별에 무슨 이유가 있을까.

다만 젊음이 버거웠고, 앞으로의 사랑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은 명쾌하게 정리하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만 같았던  밤이었다.

공원의 수령 깊은 은행나무는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그 밤 이별의 증인이 되어주었을 뿐이다.   

레이 드 구르몽이 ‘시몬’을 부르는 목소리에서 오래전 은행나무의 몸부림을 떠올렸다.

“시몬, 너는 좋으냐 은행나무 춤추는 소리가... " 그는 그렇게 묻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울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가을과 겨울의 경계. 조금은 따뜻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낙엽을 보며 <낙엽>이란 시를 생각하고

기억 속 이미 잊힌 것들을 끄집어내는 시간이다./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지음

계단에서 들려오는 그의 발소리에  내 청각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촛불을 바라보는 표정이 낯설다.

마주한 눈동자 속에 내가 없다.

촛불을 사이에 두고 헤어짐을 이야기한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촛불은 

지금 삶을 연소시키는 중이다.

예감하고는 있었지만 입을 통해 또박또박 

발화되는 이별 선언은 당황스럽다.

제3부 존재와 타인 

'어떤 기다림은 이별을 통보한다' 중에서


명문가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인 레이 드 구르몽, 스물여섯의 나이에 병을 품고 살아야 했던 그에게 '시몬'은 얼마나 절박하고 소중한 연인일까. 그의 목소리와 그의 간절함 속에 오래된 이별들이 마구마구 기억 속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오후.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햇살이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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