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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길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아바타 2 <물의 길>

192분, 참회의 시간이다. 사라진 생명들, 사라져 가는  생명들을 위해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땅 위에 난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에는 길이란 게 없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의 작품 <고향>에 나오는 문구다.     

땅에 길이란 없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라 한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 작품의 <아바타 2> ‘물의 길’이 흥행몰이 중이다.   아바타 2에 나오는 물의 길. 물의 길은 루쉰이 이야기한 '땅의 길'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작도 끝도, 한계도 없는...


물의 길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

물의 길은 모든 것을 잇는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죽은 후에도

우리가 어딜 가든지...     



영화의 시작은 네이티리의 기도에서 시작한다

첫아이 네테이얌의 이름을 축복하는 장면... 마지막 장면은 에이와로 돌아간 네테이얌을 기억 속에서 떠올리는 장면이다.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와 나비족 족장의 딸 네이티리의 이야기가 아바타 1편의 핵심이었다면 

아바타 2 <물의 길>에서는 하늘 사람들의 공격을 피해 숲을 떠난 설리와 네이티리 가족이 새로운 은신처로 삼은 판도라의 바다 산호초 멧케이나 부족이 등장한다. 

큰손과 넓은 가슴, 팔다리에 있는 지느러미, 헤엄치기 적합한 꼬리를 지닌 멧케이나 부족은 툴쿤( 고래와 비슷한 동물, 91m 정도 크기)과 영적인 교감을 갖고 있다.

숲부족이 익룡과 비슷하게 생긴 이크란을 타고 이동하였다면 산호초 부족은 날치와 비슷한 스킴윙과 일루를 타고 이동한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힘을 빌어 재현하여 볼거리가 많지만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후속 편이 13년 만에 나온 것이 기술력 때문이 아니라 결국 관객을 붙잡는 것은 정서,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휴머니티가 배제된 컴퓨터그래픽은 무의미한 이미지와 기호에 불과하다.

영화 전체에서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장면은 동생을 살리려다 죽은 네테이얌의 모습보다 툴쿤 사냥꾼의 야만성이었다. 거의 100m에 가까운 툴쿤을 사냥하는 이유가 고기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툴쿤의 뇌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 ‘암리타’ 때문이라는 사실. 인간의 노화방지용으로 인기가 있다는 그 물질을 체취하기 위해 살육을 자행한다.     

인간을 위한 모든 것, 오직 인간을 위한 ....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되었기에 지구인을 위한 제2의 거주지가 필요하고 반란세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 제이크 설리 가족을 잡기 위해 섬부족들이 사는 마을을 불 지르는 장면들.....

악이 점화된 인간의 모습은 잔인하다. 악으로 무장한 인간들.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고 그 상상력의 결과 우리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이 이면에는 다른 누군가의 고통, 다른 생명체들의 희생이 존재한다.     

원시바다에서 생명체는 탄생했다. 지구역사를 1년으로 환산하면 인류는 12월 31일 밤 7시 이후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하다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구상에 다른 생명체들이 인류보다 먼저 태어나 자신의 세력을 확장할 동안 흔적조차 갖지 못한 인간이 최종적으로는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한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는 말은 어쩌면 변명에 불과하다.

아바타에 등장하는 쿼리치 대령의 모습이, 툴쿤 사냥꾼이 모습이, 비겁한 과학자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 인간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 

하늘 사람들.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사람들, 그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정복하려는 사람들. 자연마저도 굴복시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잔인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를 이야기한다.

물은 변화무쌍하고 물은 생명의 가치를 추구하고 물은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서 가려는 부쟁의 덕을 지녔고 낮은 데로 흐르는 겸손의 자세를 지녔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노자가 도덕경에서 이야기하는 ‘물’의 성정과 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물’은 전혀 다른 얼굴이지만 ‘물’의 얼굴에 분노와 광기를 덧씌운 것은 바로 인간들이아닐까.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는 인간. 하늘 사람들. 그 하늘 사람들의 최후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아바타의 핵심은  가족, 사랑 등의 휴머니티 보다도 결국 자연에 대해 저지른 인간의 악에 대한 보고서가 아닐지...

영혼의 나무, 판도라의 숲, 에이와의 심장.

죽은 어미 툴쿤 곁을 맴도는 아기 툴쿤의  처절한 모습이..........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리라. 


나는 당신을 봅니다.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인디언식 사랑한다는 표현)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192분 동안 지구인인 우리들은 참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다움을 회복하기 위하여.... 뜨거운 심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 위하여 /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려원산문집/ 수필과 비평사/ 

참회하는 인간의 모습은 아름답다...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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