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칼릴 지브란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마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 -
작년 이 맘 때쯤 우한 폐렴으로 시작된 코로나, 그때는 중국만 다녀오지 않으면 안전할 줄 알았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한 뒤 점점 사그라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왕관을 쓴 바이러스 코로나는 수시로 변이를 일으키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다. 직위, 인종, 빈부, 기후, 자연조건에 상관없이 곳곳에 무서운 속도로 파고 든다.
'거리두기'란 말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지나 마스크와 거리두기는 개인의 안전을 위한 철칙처럼 되어버린 지 오래다. 아주 오래전 칼릴 지브란이 ‘예언자에서’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고 한 말이 바이러스의 대 유행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함께 있되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고 혼과 혼의 두 언덕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는 그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 출렁이는 바다라도 있어야 할 모양이다. 함께 있음이 안전하지 않은 시대다.
걷잡을 수 없이 파고드는 바이러스의 위력 앞에 새로운 벽이 생겨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쉴 새 없이 경계의 벽을 허물며 전 세계를 감염시키고 사람들은 더 높은 벽을 세운다. 나를 지키기 위한 벽. 차별과 편견의 벽, 낙인의 벽, 공포와 두려움의 벽. 우리들의 벽은 높아가지만 코로나 19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최첨단 과학의 힘으로 우주선을 만들고 우주 기지를 건설해도 지구촌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앞에선 무기력하다.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길고도 긴 바이러스와의 전쟁. 오늘도 저마다 또 하나의 벽을 세운다. /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