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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안규철의 작품

마당을 쓰는 일처럼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일..... 쓰는 일 


<무명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 안규철     

닫혀 있는 문에 손잡이가 다섯 개 달려있는 이 그림은 ‘무명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이라는 제목을 붙인 설치미술 작업의 일부분이다. 20여 년 전에 나는 말 그대로 이름 없는 미술가 지망생으로,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앞에 속수무책인 상태로 미술의 문밖에 서 있었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기를 열망하였지만 문은 다섯 개의 손을 가진 사람만이 열 수 있을 만큼 단단히 잠겨있었다. 무쇠를 두드려 만든 다섯 개의 손잡이는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해 내가 풀어야 할 스핑크스의 질문들이었다. 고뇌의 시간들이 가고 어느덧 나는 도저히 열 수 없을 것 같았던 문을 열고 미술 속으로 들어왔다. 다섯 개의 질문들에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돌이켜보니 내 앞에는 계속 또 다른 질문들이 던져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나 스스로 그 문들에 다가가서 그 낯설고 불가능한 질문들에 대답하지 않는 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안규철      

    


거대한 문이 있다. 그 앞에 움츠리고 서있는 나. 낯설고 불가능한 질문들에 답하지 않는 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다섯 개의 질문들에 답을 해야만 문은 차례차례 열리고 통과의례처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갔다고 하여 더 이상 문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무쇠를 두드려 만든 다섯 개의 손잡이가 달린 문은 어김없이 내 앞에 서 있다.

정답이 아닐지라도 비슷한 대답으로라도 그 문을 열고...... 들어와 안도의 숨을 내쉬고 나면

여전히 또 다른 문이  앞에 있다.

다섯 개의 질문들은 내가 관통하던 생의 시간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졌다.

지금 내게 던져진 질문들. 차례차례 답을 해야 한다.

답을 알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지금 절실한 다섯 개의 질문을 던져본다.     


안규철 예술가는 다섯 개의 낯선 질문들에 차례차례 답을 하고 도저히 열 수 없을 것 같던 문을 열고 예술의 세계로 들어왔다. 나는 그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철학적이고 사유 깊은....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머릿속이 맑아진다.

이 작품의 제목은 고맙게도 < 무명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이다.

무명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

작가라는 말이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으니 '쓰는 이'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으로 바꿔 생각하면 다섯 개의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쨌든 나는 쓰는 사람이다. 쓰고 싶은 사람이고 무언가를 써야 하는 사람이다. 

수업하는 것 외에 일상적인 말은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 편... 아마도 이것은 입으로 발화되는 언어보다 손을 거쳐 나오는 언어를 신뢰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방향으로 흐르는 시간 앞에 다섯 개의 질문들이 내 앞에 거만한 자세로 서 있다.

무조건 답을 해야 한다.

어쨌든 내 인생의 답.....          


이른 아침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을 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검은색 표지를 얼고 하얀 종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가족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한 시간 남짓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대개 한 두 페이지를 겨우 채우는데 어떤 날은 단 한 줄도 쓸만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 일은 하루도 거를 수가 없다. 그것이 내가 하는 모든 일의 시작이고 중심이기 때문이다. 새벽의 어스름한 회색빛 속에서 어제를 되새기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생각하는 것, 이 일은 마당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   /안규철


새벽의 어스름한 회색빛 속에서 어제를 되새기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생각하는 것, 이 일은 마당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      

 이 일은 마당을 쓰는 일과 비슷하다.....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일.

마당을 쓰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내 앞에 차례대로 던져지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면....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지음

꿈을 죽이는 건 우리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우리 영혼을 절단하는 것이다.

꿈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것,

망가뜨릴 수 없고 

변형시킬 수 없는 우리의 것이다.... 

/페르난두 페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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