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레오니도비치 빠스쩨르나끄 <모든 것에서 나는>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빠스쩨르나끄(Boris Leonido Pasternak, 1890~1960)의 시 <모든 것에서 나는>을 읽는 여름 그리고 7월, 변덕스러운 날씨다. 며칠째 장마가 이어지더니 불볕더위가 시작인 듯싶더니 마른하늘에 뇌성이 치고 순식간에 장대비가 내린다.
인간의 일 조차 알 수 없는 인간이 하늘의 일을 알 리 없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신화 속 인물 ‘프로메테우스’는 어원상 ‘선지자, 앞을 내다보는 자’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죄로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의 눈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이 연민으로 다가왔으리라.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줌으로써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그는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을 도왔다.
보리스 레오니도비치 빠스쩨르나끄는 『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작가다.
시인이기도 했던 그의 작품 <모든 것에서 나는>에서 삶의 본질, 열정의 기원, 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 시의 첫 구절이 내게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모든 것에서 나는
본질에 다다르고 싶다.
일을 할 때나 길을 찾을 때,
마음이 뒤숭숭할 때도.‘
마음이 뒤숭숭할 때도... 모든 것에서 나는 본질에 다다르고 싶다고..
세계의 본질, 사람의 본질, 자연의 본질.... 나의 본질, 인생의 본질... 나는 늘 본질에 대해 묻는다. 그러나 본질에 대해 알 수 없다. 본질에 대해 묻고 답을 찾으려 하지만 찾지 못한 채 시간이 간다.
흘러간 세월의 실체와 원인, 토대와 근원, 고갱이를 더듬는 시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 모든 것에서 나는 >
모든 것에서 나는
본질에 다다르고 싶다.
일을 할 때나 길을 찾을 때,
마음이 뒤숭숭할 때도.
흘러간 세월의 실체와
그것의 원인,
토대와 근원,
고갱이까지.
언제나 운명과 사건의
실마리를 늘 부여잡은 채
살고,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며
계시를 실현하고 싶다.
오, 내가 조금이나마
할 수만 있다면
열정의 본성에 관하여
여덟 행이나마 써볼 텐데.
위법과 죄악,
도주와 추격,
황망히 마주친 뜻밖의 일들,
팔꿈치와 손바닥에 관하여.
열정의 법칙과
기원을 도출해 내고,
그 이름의 이니셜을
되뇔 텐데.
시를 뜨락처럼 꾸밀 텐데
핏줄의 세세한 떨림처럼
보리수가 그 속에 줄지어서
가지런히 울창하게 자라나도록.
시 속에 장미의 숨결을 불어넣을 텐데.
박하의 향내와
목장, 잔디, 풀밭,
소낙비의 천둥소리도.
그렇게 언젠가 쇼팽은
장원과 공원, 수림과 묘지의
생동하는 기적을
자신의 에뛰드에 불어넣었었지.
그것은 달성된 결정의
유희와 고뇌-
팽팽한 활의
긴장된 시위. 1956년작
‘언제나 운명과 사건의 실마리를 늘 부여잡은 채, 살고,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며 계시를 실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살고,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기... 쉽지 않은 일,
맹렬한 것들. 여름은 온통 맹렬한 것들의 계절이다.
맹렬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일까...
뒷걸음질 치지 말자고 다짐한다.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 나는 자꾸만 뒤로 물러선다.
시간이 계절이 마음이 생각이..... 껍데기가 아닌 본질로 다가올 수 있기를
열성의 법칙과 기원을 도출해 내고....
그것의 이니셜을 가슴에 새길 수 있다면...
달성된 결정의 유희와 고뇌, 팽팽한 활의 긴장된 시위를 힘껏 당길 수만 있다면 이 여름이 그렇게 무기력하지는 않을 텐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장마와 태양과 천둥번개에 이끌려가고 말았다. 본질을 알지 못한 채로.... 비겁하게... 때로는 비굴하게... /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누구도 당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쳐 줄 수 없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는 것은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신을 변화시킬 힘이 압수다. 형상은 한계를 의미한다. 우리는 이곳에 한계를 경험하기 위해 있을 뿐 아니라, 한계를 뛰어넘음으로써 의식 속에서 성장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
-에크하르트 툴레-
형상은 한계를 의미하고 우리는 한계를 경험하기 위해 이곳에 있을 뿐 아니라 한계를 뛰어넘음으로써 성장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는.... 그의 말...
한계를 경험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뛰어넘는 일은 어렵다는 사실을... 한계를 경험하고 한계에 매몰 된 이는 많을 것이다. 뛰어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작년에 이 책을 쓰면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수많은 '라'의 조각들이 뭉쳐 하나의 새로운 만다라가 생겨날 것이라고... 그러하기에 우리는 계속 걸어야만 한다고.. 가장자리로 밀려난 삶의 잔재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걸어야만 한다고 " ( P 168 :제3부 존재와 타인 <날마다 '라'를 만들며 걷는 사람들>)썼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그 사이의 나....
'계속 걸어야 한다'는 변함없는 진리 속에 다양한, 알 수 없는 '나'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