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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 처음 땅을 밟는 새싹처럼

처음처럼 /신영복/  새해 새날

<처음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

      


어제 내린 눈 위로 새해 새날의 눈이 내린다

어제의 눈과 오늘의 눈. 같은 성분의 눈이다. 어제의 눈사람 위로 어제의 발자국 위로 새하얀 것들이 쏟아져 내린다.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린 날에는 눈이 설렘, 기쁨이었다. 눈 내리는 날은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있으면 새하얀 것들이 볼 위로 부딪쳐왔다. 새하얗고 차가운 것들이 뺨에 와 닿던 느낌. 내리는 눈을 두 손으로 받아도 눈은 실체 없이 금세 사라져 버렸다.

나이를 먹을수록 눈은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 좋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일. 눈은 내리는 순간 소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쌓인다. 쌓여가는 것들. 쌓여간다. 자꾸만 쌓여간다. 세월처럼.     


새해 새날이다. 새해 새날이라 하여 특별한 날은 아니다. 새 달력의 맨 첫 장에 적힌 첫 번째 숫자일 뿐, 생각하면 어제도 새날이었다. 날마다 새날이다. 내일도 새날일 것이다.

단지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신영복의 ‘처음처럼’이란 시를 보다가 내가 이렇게 새해 새날에 대해 무덤덤해도 괜찮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처음으로 서툰 날갯짓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의 마음의 되어보고 처음으로 언 땅을 뚫고 고개를 내민 여리고 작은 새싹의 마음이 되어본다. 두렵지만 셀레는 마음... 그날이 그날인 마음이 아닌 오직 ‘이날’이라는 마음. 적어도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와 땅을 밟는 새싹에게는 ‘그날이 그날’이 아니다.

어린 새와 새싹과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설렘이 없다는 점이다. 새해 새날. 문득 실종된 설렘을 찾는다. 


무수히 지나온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들. 반복되는 것들. 내리고 쌓이고 소멸하고 흩날리는 것들. 끓어오르다가 식어버린 것들. 침묵하다가 그대로 묻혀버린 것, 들 머뭇거리다가 놓쳐 버린 것들, 돌아서고 후회하는 것들.... 지난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흔적들이다.     

티베트 속담에 당신이 잠들어 눈을 뜬 다음이 ‘다음 날’ 일지 ‘다음 생(生)’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다행히 다음 생(生)이 아닌 다음 날 아침 (새해 새날)을 맞이 하였다.

여전히 이 생(生) 안에서 새 날을 맞이하였다.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조금씩 날리던 눈이 멈추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까치 두 마리가 나무 위를 날고 있다. 한 마리와 또 다른 한 마리...  머리는 까맣고 가슴 부분은 눈처럼 새하얀 까치들이 새해 아침임을 알려주고 있다./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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