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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뒷면

‘트롱프뢰유(trompe-l‘oeil) .. 삶에도 뒷면이란게 있을 것

그림의 딋면      

프랑스어‘트롱프뢰유(trompe-l‘oeil)’는 눈을 속이다는 의미를 지닌다.

트롱프뢰유 그림은 서양에서 17세기에 유행했던 착시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그림을 지칭한다

플랑드르 지방의 화가 코르넬리스 헤이스브래흐트는 당시  눈속임 그림의 대가였다.     

현재 덴마크의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그림의 뒷면>은 1668년에 그려진 그림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림의 뒷면, 말 그대로 그림이 있는 액자의 뒷면을 그려놓았다. 요즘 유행하는 초현실주의나 다다이즘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그림의 뒷면> 1668- 1672


<그림의 뒷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앞면이 궁금해진다.

대체 무엇이 그려져있었을까? 무엇을 그리려 했던 것일까? 거친 나무결이 드러나는 그림의 뒷면.. 

앞면보다 훨씬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그림의 뒷면을 해석하는 일은 바라보는 이의 몫이다.


그림의 뒷면 앞에 선 우리는 문득 우리들의 뒷면이 아득해진다.

사람은 거울을 통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등을 볼 수 없다. 자신의 등을 바라보는 이는 타인이다. 뒤따라오는 누군가가 내 인생 그림의 뒷면을 감상 중인지도 모른다

부디 부끄럽지 않은 것이기를 ...   참혹하지 않은 것이기를, 슬프지 않은 것이기를, 비굴하지 않은 것이기를....  

날마다 거울을 통해 나의 앞면을 살피다. 이리 저리 눈을 굴려가며 염탐하듯 내 앞면을 점검한다. 그러나 무장해제 된 뒷면은....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뒷모습이 곧 나의 진짜인 셈이다,. 뒷모습은 나의 모든 것이고 곧 '나'이다.

     


<그림의 뒷면>은 고독하다. 무언가 그려진 그림의 앞면보다 더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아무 것도 없기에 그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애써 의미를 찾으려 한다.     

모든 사물에도 뒷면이 있다. 

종이 한장에도... 책꽂이에도... 낡은 장식장에도.... 앞면은 늘 우리를 향한다

우리의 시선 방향을 향하는 앞면은 때로 오만하고 뻔뻔하고 완벽하고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뒷면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수많은 뒷면을 생각한다.

그럴듯한 앞면을 위해.. 희생된 것, 희생되어야 했던 것들이 뒷면에 자리한다.

뒷면에는 감추고 싶은 것, 은밀한 것,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산다.... 


코르넬리스 브래흐트는 뒷면을 앞으로 내세웠다. 뒷면이 당당한 포즈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재질의, 같은 용도로 쓰이는 동전하나도 앞면인지 뒷면인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인생의 앞면과 뒷면이 궁금해진다....동전 보다 더 한 무게와  의미를 지닌 삶....그 삶의 앞면만을 보고 살아온 건 아닌지.. 삶의 뒷면을 망각해버린건 아닌지...............


갑자기 가을 같은 11월이 겨울 같은 11월로 변해버렸다. 정신마저 춥다.../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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