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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때에도 너는 온다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다시 새해 새날이다.

이미 한 달 전 새해를 여는 각오? 같은 느낌을 적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고.... 다시 맞이하는 새해다

연휴의 끝날,  바람은 차가운데 그 바람 속에 이른 봄의 햇살이 들어있다

봄이 오는 길목 이성부의 시 <봄>이 떠오르는 날씨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는 봄. 봄이 겪을 시련들.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더디게 오는 너.... 봄

너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고 없고. 입을 벌려 환호성을 지를 수도 없는 봄.     

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 시인의 시 <봄>.... 먼 데서 끝내 겨울을 이기고 돌아온 사람, 봄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우리들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

험난한 시간.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곳. 뻘밭이거나 썩은 물웅덩이이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혹독한  환경에서 그저 견디며 살아간다.

때로는 삶에서 달아나기 위해 한눈을 팔 수밖에 없고... 때로는 불가항력처럼 무작정 덤벼드는 삶과 어쩔 수 없이 싸움도 한판 벌이고.. 승자도 패자도 없이... 어쩌면 패자일 때가 더 많은 채....

의욕 없이 지쳐 나자빠져 있을 때...

다급히 달려온 바람이 흔들어 깨우니 겨우 눈 비비며 다시 일어서는 날들....


먼 데서 기어이 이기도 돌아온 사람 같은....

2월에 맞은 새해다.

겨우내 갇혀있던 식물들을 밖으로 내놓았다. 하늘을 향해 움츠린 몸을 활짝 편다.

물을 힘껏 빨아들인다. 잎사귀들의 초록이 반짝인다.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른다.  바람의 격려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시작의 날이다. 엉거주춤... 살고 있었다면 다시 눈 비비며 일어서게 하는 그 바람의 말을 듣는 시간이다. 바람이 온다. 그리고 바람이 지나간다./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려원 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 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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