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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기성복 대신 자기 안의 야성을 입는 일

검은 웨딩드레스 유행, 다양한 색채의 향연 

겨울 가고 봄이 오면 본격 웨딩시즌이다.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얼마나 진부하고 식상한  표현인가 ㅠㅠ)


최근 결혼을 앞둔 일본 신부들 사이 흰색이 아닌 ‘검은색 웨딩드레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결혼식 정보 업체 ‘민나노웨딩구’에 따르면 이 회사 웹사이트에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검색 조회수 1~2위를 기록한 상품은 모두 ‘블랙 드레스’였고 이 업체가 지난해 꼽은 ‘올해의 웨딩 트렌드’ 역시 검은색 웨딩드레스였다. 일본 매체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검은 드레스의 유행은 보수적인 일본 결혼 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해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신(신랑) 색깔에 물들겠다’는 의미의 흰 드레스 대신 ‘당신 말고는 누구에게도 물들지 않겠다’는 보다 능동적인 검은색 드레스의 메시지가 신부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일본에 순백의 서양식 흰색 드레스가 보급된 건 1970년대부터인데 일본에서 흰색은 순결을 상징한다. 반면 검은색 드레스는 상복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예복으로 금기시 돼왔다. 50년 넘게 이어진 전통이 불과 최근 1~2년 사이 뒤집힌 셈이다.   (기사문 부분 발췌)  


인도 북부에서는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날 ‘핏빛 사리’를 선물하는데 빨강은 생식력을 상징한다. 신부는 가르마와 발바닥, 두 손을 붉게 칠할 뿐 아니라  이마에도 붉은 점을 찍거나  붙인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부는 악령을 쫓는다는 의미로 붉은색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로마에서는 행운의 색인 노란색을 신부 예복으로 사용했고, 빨강도 결혼예복, 깃발, 전투복, 장례식에 자주 사용되었다.

로마에서 중세까지 빨강은 오직 귀족, 성지자에게만 허용되는 고귀한 색이었지만 청교도 정신이 강조되면서 빨강은 사창가의 상징색, 동물적 욕망의 상징색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족 간  전쟁이 끊이지 않던 중세에는 결혼이 권력과 재력을 믿는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가문마다 세력 과시를 위해 다양한 색상을 많이 이용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된 색이 붉은색이었고 흰색은 주로 상복에 이용되었다.

흰색이 웨딩드레스의 색으로 자리 잡은 것은 빅토리아 여왕 이후인데 1840년 빅토리아 여왕의 결혼식 때 여왕은 왕실의 전통 은빛 드레스 대신 흰색 드레스를 선택했다. 흰색은 순결을 강조하는 강박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클라리사 핑콜라 에스테스 『늑대화 함께 달리는 여인들』은 우리 안의 야성적 자아를 상실하고, 무기력에 길들여진 여인들에게 원초적 야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우리는 모두 야성을 원하지만 우리 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이런 갈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지금껏 우리는 그런 욕망을 수치스럽게 여겨 긴 머리카락으로 감추며 살아왔다. 그러나 Wild woman의 그림자는 우리 뒤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우리가 무엇이 됐건 우리 뒤에 걸어오는 그림자는 분명 네 발 달린 늑대다."

여기에서 와일드(wild)의 의미는 '거친, 통제 불가능'의 의미보다는 ‘자연스러운, 본래의 건전한 한계를 지켜갈 수 있는 자연적 방식을 의미한다.     

최초의 여성의 이름이 에바 (Eva)였고 그 이름은 늑대(Wolf)라는 말의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women 여성의 어원이 ‘Woe' 즉 ’ 늑대+Man‘라는 것으로 볼 때  야성의 늑대가 원초적인 신성한 어머니의 원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이 ‘문화’라는 기성복에 길들여지면서 ‘여성다움’ ‘천사’ '순종'의 이미지가 강화되었고 '늑대-어머니' 문화는 약화되었다. 자기 안의 잠든 늑대를 깨우는 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 본성을 회복하는 일은 중요하다. 문화 속 고정관념을 깨트리면 유연하고 와일드한(자연스러운, 본래의 건전한) 본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순백. 순수, 순결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 

물론 새하얀 웨딩드레스는 깨끗함, 새로운 시작의 의미로도 읽히지만 익숙한 문화적 종속의 상징이기도 하다.  흰색의 웨딩드레스를 벗어던지는 일, 자기만의 색을 입는 일, 

역사적으로 매춘부의 색이면서 결혼식 예복의 색이었던 빨강처럼 극과 극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더라도 모든 것은 선택하는 자의 몫이다.  '함께'라는 삶을 선택하는 의미 있는 굳이 흰색 드레스를 고집할 이유는 없디. 삶의 색은 다양하다. 자유로운 색의 향연에 빠져들기를..아름다운 축제이기를./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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