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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와 '그래도' 사이에서

2월은 '벌써'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달이다

2월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인생이란 우리가 인생에 대해 품는 생각이다. “    

 

나는 항상 현재에 산다. 미래는 알지 못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는 모든 것의 가능성이라 부담스럽고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라 부담스럽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과거에 대한 그리움도 없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테고,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길 테고 외부에서 시작된 어떤 일들이 내 의지를 통해 일어날 것이다.     

『불안의 책』 페르난도 페소아


“인생이란 우리가 인생에 대해 품는 생각이다. “     

페소아는 삶을 명징하게 정의한다. 그것은 그의 과거가 찬란했기 때문도 아니고 그의 미래가 찬란하기 때문도 아닐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너무나 자주, 아주 철저히, 내가 원했던 바와는 정반대였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내가, 내일의 인생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한다.      

비단 페르난도 페소아만 그러할까?

누구든... 꽃길만 걸을 수는 없는 것이 삶의 길이라는 것을 안다.

내 의지와 무관한 일들이 일어난다. 어떤 일들은 내 능력의 범위 내에서 수습이 가능하고 또 어떤 일들은 내 능력 밖이라 수습이 불가능하다. 그 또한 예견할 수 없는 일들이다.    

나는 항상 현재에 산다. 미래는 알지 못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오직 ‘현재’밖에 없다는 것을.. 미래는 알지 못하고 과거는 이미 지나버렸으니...

내게 주어진 것은 오직 지금이다.


창밖에 동백 꽃봉오리가 맺혀있다.

잎 하나 남아있지 않고 마른 수국의 가지가 이리저리 흔들릴 뿐....

어디선가 날아온 새 한 마리... 눈을 굴리며 먹이를 찾는 것인가.     

오직 바람이 무언가를 흔들어 놓고 지나가는 오직 ‘지금’

지금은 2월이다


‘벌써’라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달, 2월

나는 대체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음력설, 일종의 패자부활전을 치르듯 다시 새해를 맞으며 희석된 꿈을... 나약해진 의지를 다시 세워보려 한 것도 같은데 손에 잡힐 만한 흔적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맹렬하게, 몰입하며 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쓴 커피를 자주 마셔댔지만..... 그렇다고 내 의지대로 잘 보낸 것 같지도 않다.     

2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  이천이십사 번째의 2월이 그래도 나흘 남아있다.

'벌써'와 '그래도' 사이에서 잘 보내야 한다 /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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