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영화 헝거(Hunger)
태국영화 헝거(Hunger)는 길거리 음식점 요리사 '오이'가 유명 셰프로 성장해 가면서 한계에 부딪히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성공을 향한 인간의 본성, 욕망을 다루고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국수, 볶음밥 등을 파는 낡고 추레한 음식점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오이'에게 식당에 온 한 남자가 명함을 건네며 Hunger에서 일하자고 제안한다. 평범한 일상에 지친 오이는 특별해지고 싶은 욕심에 Hunger를 찾아간다.
헝거의 최고 세프 폴을 만나 볶음밥 테스트를 보고 합격 후 헝거의 일원이 되는데 폴은 몸에 베여있는 싸구려 음식 냄새부터 제거하라고 말한다. 이후부터 혹독한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과격할 정도로 팀원을 닦달하는 폴의 태도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야생 밀렵으로 갓 잡은 새를 아무렇지 않게 요리하는 폴에게 오이는 때로는 법이 음식보다 중요하다고 강변하지만 폴은 요리사는 어떤 경우에도 요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료가 불법이든 불법이 아니든 그 어떤 경우에도 최고와 최선의 요리를 하는 것이 폴의 원칙이었다.
오이는 헝거의 냉철한 셰프 폴에게 요리를 하게 된 동인을 묻는다.
폴은 어린 시절 바닥에 떨어진 캐비어 한 병이 동인이었다고 말한다
부잣집 가정부였던 어머니를 따라 그곳에 있던 꼬마 폴은 그들이 식사 때마다 잼대신 빵에 발라먹던 캐비어 맛이 궁금하여 견딜 수 없다. 아무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열어 캐비어가 담긴 병뚜껑을 열려던 찰나 부잣집 아들이 목격하고 소리를 지른다.
도둑질, 도둑년. 도둑놈이 되어 어머니는 매질을 당하고 몇 달치 월급을 받지 못한다
바닥에 떨어져 유리 파편과 뒤섞인 캐비어를 어린 폴은 손가락으로 찍어 맛본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자신이 상상하던 맛이 결코 아니었다.
꼬마 폴은 같은 캐비어일지라도 식탁 위에 놓인 것과 바닥에 떨어진 캐비어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자신이 먹는 음식은 자기 삶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는 뼈저린 현실을 자각한다.
바닥에 엎드려 손가락으로 찍어먹는 캐비어와 식탁 위에 놓인 우아한 캐비어 맛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음을... 자각한 순간 바로 그때부터였다고.. 그 빌어먹을 캐비어 덕분에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허기가 밀려왔고 그들이 내 앞에서 허기를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고...
요리를 통해 저들이 나에게 허기를 느끼게 만들어 버리겠다고 결심했노라고
헝거의 최고 셰프 폴은 위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순간 점점 더 언제 추락할까에 대한 걱정 또한 커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정한 폴의 태도에 지쳐 밑에서 일하던 세프들이 그만두고 자살을 하거나 폴을 칼로 찌르는 일까지 벌어진다. 폴의 수석 셰프일을 그만둔 오이는 음식점 마케팅 전략이 뛰어난 톳씨를 만나 새로운 콘텐츠로 성공하고 flame이라는 불꽃요리 전문점 메인 세프로 매스컴을 탄다.
밀키부인의 파티에 초대된 오이는 그곳에서 헝거의 최고 세프 폴과의 한판 승부를 벌인다.
오이의 출중한 요리 실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신화와 같은 폴의 요리에 대한 믿음으로 일방적으로 폴의 편을 들어준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밀렵 요리를 했다는 죄목으로 폴이 경찰에 연행된다.
떠오르는 신예요리사로서 정점에 올라있지만 비정하고 살벌한 세계, 오직 가진 자들만을 위한 요리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부자들만의 광란의 파티, 먹지도 않고 버려지는 음식들에 실망한 오이는 다시 시장의 가족이 운영하던 식당 ‘추요우’로 돌아온다.
거리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 진짜 헝거들을 스쳐지나 오면서 자신이 만들어야 할 음식은 바로 그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전적으로 가게를 맡아 운영해야 하는 오이는 할머니 때부터 전해오던 볶음면요리 ‘징징이요리’를 메인으로 만들기로 한다.
비로소 자신이 있어야 할 곳과 자신이 만들어야 할 오직 자신만의 요리를 찾게 된 것이다.
태국영화 ‘hunger’는 태국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영화지만 오이의 연기, 오이의 선택. 헝거의 최고 셰프 폴의 태도, 스토리의 부자연스러운 연결 등 어색한 부분도 상당히 있었다.
하지만 상대로 인해 허기져 본 자가 그 허기를 상대방도 느끼게 하는 방식의 진행이 독특했다.
가장 오랫동안 굶주려본 자만이
가장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고
가장 오랫동안 허기져 본 자만이
가장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나도 항상 헝거가 아닌가?
결핍과 허기... 무언가에 짓눌린 듯한 불안. 두려움
허기지기 때문에 그 허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 허기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2002 한일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했던 말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던 말이
영화 ‘hunger’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끝없이 허기지는데 무엇으로 메워야 할지 막막하다.
입춘인데 갑자기 한파가 몰려온다. 하늘 가득 눈송이들이 난분분 난분분 흩어진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허기져있다.
그 허기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 허기를 채우는 일... 그 허기를 극복하는 일...
2025년에 해야 할 일이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려원 산문집/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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