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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에 어울리는 색
future dusk

'미래의 어스름' 속에 저마다 꽃을 피워내는 일..

올해의 색, 트렌드 컬러는 단순히 "유행하는 색"이 아니라, 문화, 경제, 사회적 흐름, 심리적 요소까지 반영해서 결정한다. 트렌드 컬러는 시대의 감성을 보여준다.

유명한 색채 연구소인 팬톤 (Pantone Color Institute)이 선정한 2025 올해의 컬러는 모카 무스(Mocha Mousse, PANTONE 17-1230)다.

모카무스는 따뜻하고 진한 갈색 톤으로, 달콤한 초콜릿과 진한 커피 향을 연상시키며 세련되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모카무스는 풍부함과 따뜻함을 내포하고 있어 현대인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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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SN가 선정한 2025 올해의 컬러, ‘퓨처 더스크’는 블루와 퍼플 사이에 위치한 어두운 색조로, 벽지부터 조명, 가구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테리어 요소에 아름다운 신비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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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톤이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모카 무스를 선정한 반면 WSGN은 차갑고 세련되고 미지의 세계 같은 퓨처 더스크를 선정했다. 화장품부터. 건축 인테리어, 산업, 문화 모든 면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래의 황혼, 어스름이라는 의미 “future dusk” 는

파울클레의 작품 < 꽃이 피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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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각보 같은 파울클레의 작품에는 수많은 시간들이 모여있다.

<꽃이 피다> 그 어떤 한 송이 꽃도 보이지 않는데 꽃이 피어 있다고 클레는 색채로 이야기한다.

그에게는 모든 색채들의 시간이 꽃이 피는 시간이었을까?

밝은 파랑, 노랑과 오렌지, 흰색과 올리브색, 인디언 퍼플... 작품의 전체적 느낌은 퓨처 더스크이다

다양한 색으로 펼쳐진 인생이지만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future dusk 짙은 블루와 퍼플이 뒤섞인 어스름의 세계로 향하게 될 것이다.


어스름이 짙어지는 시간은 프랑스에서 흔히 말하는 L'heure entre chien et loup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도 모른다.

해 질 녘은 사물의 윤곽이 흐릿해지는 때다. 모든 사물이 노을로 물들어가고 어둠이 스멀스멀 내려온다.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 내가 키우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다. 비슷한 느낌으로 순우리말 ‘이내’가 있다. ‘이내’란 해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을 말한다.

어슴푸레한 퓨처 더스크 속에 나에게 친숙한 개의 시간이 있을지..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늑대의 시간이 있을지 알 수 없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하루 중 해저물 무렵, 황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인생에도 개와 늑대의 시간이 존재한다. 내게 순종하는 개의 시간인지, 야성을 지니고 다가오는 늑대의 시간인지 개와 늑대의 시간 사이에 우리는 늘 방황한다. 길들임과 야성, 순응과 반항...


2025년 올해의 트렌드 색이라는 ‘ future dusk’ 미래의 어스름...

우리에게 미래란... 먼 훗날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미래가 너무도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살아갈 날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어스름이... 스멀거리며 오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두려움 없이 그 어스름 속에 꽃을 피워내야만 한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려원 산문집/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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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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