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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건너가는 존재이자 몰락하는 존재

그렇게 2월이 간다. 니체 읽는 밤. 자라투스트라를 만나는 밤

깊은 밤, 창밖에 어둠이 내려앉아있다. 진종일 분주하던 새들은 모두 어디에서 잠을 청하고 있을까. 새에게는 완벽한 어둠이 필요하다. 새들이 잠들기 좋은 칠흑 같은 밤이다. 하루가 금세 가버렸다.

니체를 읽는 시간이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동물과 초인 사이에 묶여 있는 하나의 밧줄, 그러니까 심연 위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밧줄 위에선 건너는 것도 위험하고 오다가다 하는 것도 위험하고 뒤를 돌아보는 것도 위험하고 벌벌 떨면서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이 위대하다는 것은 그가 다리일 뿐 어떤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운 점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자 몰락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건너가는 존재. 그러나 결국은 몰락하는 존재다.

밧줄 위에서 끝없이 건너가야 하고 성취나 성공과는 별개로 유한한 생을 산다.



그대는 낮에 열 번은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 그것은 기분 좋은 피로감을 만들어주며 영혼에는 양귀비인 것이다.

그대는 낮에 열 번은 자기 자신과 다시 화해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극복한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고, 자기 자신과 화해하지 않는 자는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낮에 열 가지의 진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대는 밤중에 진리를 찾고 있을 테고 그러면 그대의 영혼은 굶주린 채로 있게 될 것이다.

그대는 낮에 열 번은 웃어야 하고 명랑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고난의 아버지인 위장이 그대를 밤중에 괴롭힐 것이다.


낮에 열 번은 자신을 극복해야 하고, 낮에 열 번은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 낮에 열 가지의 진리를 찾아내야 하고 낮에 열 번은 웃어야 하고 명랑해져야 한다...

밤이 되면 나의 낮을 돌아본다. 돌아보는 일. 극복하고 화해하기.. 극복한 만큼 화해하기.

자기 극복이 어려운 만큼 자기와의 화해도 어렵다. 적어도 내게는..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나는 모든 글 중에서 오직 자신의 피로 쓴 글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리하면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

남의 피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게으르게 책을 읽는 자들을 싫어한다. 피로 잠언 형식으로 글을 쓰는 자는 자신의 글이 읽히길 바라는 데 아니라 암송되기를 바란다.


오직 자신의 피로 쓰지 않은 글도 위험하고

남의 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위험하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피로 쓰지 못하고... 게으르게 책을 읽고 있다.

니체가 제일 싫어했을 모습으로.


’모‘ 아니면 ’도‘라는 것은 참 위험하다.

최고이거나 최하이거나 선택이거나 선택하지 않음이거나

최선이거나 최악이거나.. 생각해 보면 나는 어정쩡한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한 번 선택하면 끝을 봐야 하고... 선택하지 않았으면 놓아버리고 초연해져야 한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노력과 기회가 만나면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전율이 이는 말이다. 노력을 하여도 기회를 만나야 비로소 운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얼마나 많이 노력하였으며 얼마나 많이 기회를 만났을까.

역으로 나는 얼마나 많이 노력하지 않았으며 얼마나 많이 기회를 흘려보냈을까.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기회의 신으로? 질문의 신으로? 선택의 신으로? 어떤 경우든 슬픔과 고통의 신은 아니길...


그대들에게 말하건대, 인간이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신 안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대들에게 말하건대, 그대들은 여전히 그대들 안에 혼돈을 품고 있다.

인간이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신 안에 혼돈을 품고 있어야 한다고 니체는 이야기한다.

그러하다면 하늘의 별은 모두 인간들이 자신 안에 품고 있었던 혼돈의 결과물인 것이다.

어정쩡한 것을 싫어한다고 했으면서도 나의 2월은 어정쩡하게 흘러갔다.

2월의 마지막날이다.. 자기 극복과 자기 화해가 필요한 시간.

날씨가 많이 풀렸고.... 봄비 소식이 있다. 봄비가 내릴 것이다.그리고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이다.... /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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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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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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