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하여 나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완전하지 않기에 끝없이 존재이유를.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

그것이 내가 날마다 발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것이다.

이 사실이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까지 나는 적지 않은 시를 썼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이 쓸 것이다.

내가 쓴 모든 시가 그 한 가지를 말하지만

각각의 시마다 다르다,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말하기에

....

페르만도 페소아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 부분


<매미 >


어둠이 지긋지긋해서

그는 자신 밖으로 기어 나와

노래한다.

어떤 시인보다 훌륭하다.

- 호쇼 맥크리시


<매미>


그리하여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날까지

흙 속에 날개가, 입이 부서져

푸른 등을 땅에 대고 눕는 날까지

이 땅에 올라온 한 마리 매미가 우는 것은

짧고 단단한 목숨 때문은 아니다

한줄기 빛도 없는 흙 속에서

나무뿌리에 입을 대고 목청을 기른 시인,

벗겨진 허물들이 습작기의 원고로 쌓이고

음지에서 올라온 그날

남은 젖을 빨다 지친 아기처럼

마침내 나무등걸을 타고 오른다

그때 매미는 거칠은 나무껍질에서

부드러움을 발견하고 만 것일까

여섯 해의 긴 침묵을 견딘 자에게만 목청을 주는 세상,

....

매미는 목청으로 다른 매미들을 모으고

그 울음소리에 암매미떼 날아온 저녁

사랑은 짧고,

새로운 애벌레들의 행진,

그리하여 나무에서 떨어져 눕는 날에는

가장 부드러운 목청을 얻는 것이다

나희덕


나무뿌리에 입을 대고 목청을 기른 시인

벗겨진 허물들이 습작기의 원고로 쌓이고...

여섯 해의 긴 침묵을 견딘 자에게만 목청을 주는 세상

...

목청으로 암매미들을 부르고 사랑의 시간은 짧고

그리하여 나무에서 떨어져 눕는 날에는 가장 부드러운 목청을 다시 얻는 것일까?

폭염 탓인지 매미소리 들리지 않는 여름이다.

아직 부드러운 목청을 얻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습작기의 원고들이 허물처럼 쌓여가는데도 태양 아래 내놓기엔 여전히 부끄러운 것일까?



페르난도 페수아는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은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것이고...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했다.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까? 과연 그러할까?

존재한다는 말...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것이고...... 그 자체로 의미 밌는 것이라고

그러나 왜 자꾸만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세상 속에서... 불완전한 나는 완전해지기 위해 질주한다.

한 시도 쉬지 않는 바다처럼.... 나는 끝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 무엇으로든 그 어떤 형태로든



그리하여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날까지....

매미 한 마리 이 땅에 올라와 우는 것은 짧고 단단한 목숨 때문 만은 아니다..

그리하여 나무에서 떨어져 눕는 날에는

가장 부드러운 목청을 얻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끝없이 존재 이유를 묻는 나는

그리하여 나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아직 완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여름의 감정이란 널뛰기 같은 것이어서

어떤 날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듯 자신감으로 충만해지지만

또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든다..

또 어떤 날은 자신을 둘러싼 껍질이 버거워 자신 밖으로 기어 나와 매미처럼 노래하고 싶은 날도 있다.

어떤 날의 밤 풍경은 아름답지만 어떤 날의 밤 풍경은 스산하듯.....


사물의 경이로움은

그냥 그대로 존재한다는데 있다.

페르난도 페소아의 말을 다시 생각하는 7월의 아침.

나는 단지 어떤 날과 또 어떤 날 사이를 건너가는 중이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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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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