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고요한 맹렬함의 자세로

모두 괜찮아질 것이고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

네가 있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네가 있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쁨이 없는 길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네가 모르는 것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지의 길을 지나가아만 한다.

네가 갖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해서는

무소유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너 자신이 아닌 것에 가닿기 위해서는

네가 아닌 길로 가야만 한다

....

조용히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희망은 잘못된 것에 대한

희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사랑은

잘못된 것을 얻기 위한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믿음과 진정한 사랑과 진정한 희망은

바로 기다림 속에 있다

모두 괜찮아질 것이고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


T. S 엘리엇. 장시 < 네 개의 사중주 > 부분


너 자신이 아닌 것에 가닿기 위해서는

네가 아닌 길로 가야만 한다

...

조용히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 없이 기다려라...

...

바로 기다림 속에 모두 괜찮아질 것이고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


9월 첫날.

8.31의 늦은 저녁... 여름을 견뎌낸 나를 위한 선물로 베토벤 8번 교향곡 연주회에 다녀왔다. 8번 교향곡은 운명이나 합창교향곡처럼 강렬하진 않았다. 단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 뿐, 음악에 문외한인 내게는 베토벤 느낌이 별로 느껴지지 않은 듯...

그러나 제각각 제 몫의 역할을 다하는 손들... 눈빛들... 진중함과 열정이 빠른 손놀림 속에 들어있었다. 무언가에 빠져드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을이다. 엘리엇의 시에서처럼 이 가을 나는 기쁨이 없는 길, 무지의 길, 네가 아닌 길을 통과할 수 있을까.

희망 없이 기다리고 사랑 없이 기다릴 수 있을까?

바람결에 가을이 묻어있다.

바람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기다리다 보면 모두 괜찮아질 것이고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한편.... 고요한 맹렬함도 품고 있을 것이다.

기다림과 고요한 맹렬함... 그것이 내가 가을에 지녀야 할 자세이다.

희망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고 기다리기

그러나 고요하게 맹렬하게 기다릴 것이다. 막바지 매미들처럼..........

이제 2025년도 3달 남아있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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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 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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