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는 새싹처럼..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
< 처음처럼 >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신영복
이천이십육 년 새해 아침
아직은 짙은 어둠 속에서 자판을 두드린다.
이천이십오 년의 마지막 날과 이천이십육 년 새해 아침은
여느 날 여느 시간과 다를 리 없다.
해가 지고 뜨는 것,
다른 해가 지고 전혀 다른 해가 뜨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해마다 새해 아침은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늘 새해 아침은 일어나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고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젖는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에게
하늘은 아름다움과 비상, 자유의 공간이라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에게... 그 땅을 온몸으로 밀고 나온 새싹에게
그 땅을 딛고 평생을 흔들림 속에 중심 잡기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고난에 대한 투쟁 혹은 수용으로 다가왔으리라.
나는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어린 새도,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도 아니다.
세상을 어느 정도는 알만큼 살아왔고.
지금까지 내가 아는 만큼 날아왔고, 내가 아는 만큼 땅을 밟고 걸어왔다.
아직 알지 못하는 영역들....
앞으로 남은 생의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을 날아야 하고
내가 밟아보지 못한 땅을 밟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또 다른’ 처음의 체험일 것이다.
하늘이 어떠하든.... 하늘이 만들어낸 풍경이, 날씨가 어떠하든....
땅의 감정이 어떠하든, 땅의 표정이 어떠하든....
날아야 하는 하늘이 존재하는 한, 날 수 있을 때까지 날아야 하고
밟고 걸어야 하는 땅이 존재하는 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어야 한다.
이천이십육 년의 바람....
그것은 날마다
새봄처럼, 처음처럼
새롭게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겨울의 정점에 이르고 있다. 이천이십육 년 새해를 축복하는 아침..../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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