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너무 늦었다, 춤을 추기에는 대단히 늦어버렸다

그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래를 불러라./ 늦은 시

<늦은 시 >

마거릿 애트우드

이건 늦은 시들.

시라는 건 십중팔구

대단히 늦기 마련이다,

뱃사람이 보낸 편지가

그가 물에 빠져 죽은 후에야 도착하듯.

손쓸 수 없이 늦은, 그런 편지들과

늦은 시들은 비슷비슷해서

마치 물속을 헤치고 다다르는 듯해.


이미 지나가버린 일들.

전쟁, 눈부신 시절, 욕망에 빠져들었던

달밤, 작별의 입맞춤, 그 무엇이든 시는

해안으로 쓸려온 표류물.


혹은 저녁 식사에 늦듯, 한 발 늦는 것.

차갑게 식거나 다 먹어치운 낱말들뿐이지.

불한당, 곡경, 피정복민,

우거하다, 깃들다, 일삽시,

천대된, 읍하는, 궤망한.

사랑과 기쁨, 그것조차도: 몹시 갉아 먹힌 노래.

녹슨 주문. 케케묵은 후렴.


늦었다, 너무 늦었다,

춤을 추기에는 대단히 늦어버렸다.

그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래를 불러라.

빛을 더 밝혀라. 계속 불러라,

노래를, 영원히.


아주 늦게 도착한 소식들...

이미 물에 빠져 죽은 후에야.

늦은 시들도 손 쓸 수 없이 늦은 편지들처럼 물속을 헤치고 겨우 다다른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들, 한때 마음을 뒤흔들던 모든 일들도 눈을 감고 나면 희미해지는 일들

이다. 그 무엇이든 해변으로 쓸려온 표류물,

사랑이든 권태든, 결핍이든, 설렘이든... 한 때 그런 감정에 매몰되었던 것이 아스라한 추억처럼 여겨지는 늦은 흔적들. 나도 모르게 소멸한 언어들, 입 밖으로 나오지 고백, 부르지 못한 노래 같은.

우거하다. 깃들다. 일삽시, 읍하는, 궤망한... 알아듣지 못하는 녹슨 언어들


시인은 말한다

늦었다. 너무 늦었다고

춤을 추기에는 대단히 늦어버렸다고

그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라고

빛을 더 밝히고 계속해서 불러라. 영원히...

늦기 전에

3월의 첫날이다. 모처럼 맞는 휴식의 일요일이다. 주말이 없는 삶. 요일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평일은 매우 바쁜 학생들 때문에 나는 본의 아니게 주말이 매우 바쁜 선생이 되었다.

느긋함이 없는 주말, 일요일에도 교과서적 지식을 전달하고 또 전달하고... 학생들은 이미 지친 표정으로 앉아 지루한 주말을 열곤 했다.

하고 싶은 말들은 교과서 아래로 감춰버리고 내가 하는 말은 기출, 별표. 기억. 평가, 성적으로 한정된다. 생각해 보면 참 잔인한 단어가 아닌가.


어쩌면 이제 나는 많이 늦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시작하는 학생들은 늦은 사람이 되지 말라고... 주문처럼 기도한다.

사순시기다... 묘하게 정신이 각성되는 시기다.

이제 더는 가슴에서부터..... 늦은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모든 것이 늦었다 해도 춤을 추기엔 대단히 늦었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면 된다고.... 시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빛을 더 밝히고...

이미 죽은 자처럼 살지 않기 위해

나의 3월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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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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