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도 않는 신전을 찾아나선 영원한 순례자의 몸부림

『달과 6펜스』/서머싯

『달과 6펜스』

『달과 6펜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에 출간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세계 대전을 통해 인간과 인간 문명에 깊은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에게 영혼의 세계와 순수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달과 6펜스』는 현실 문제를 떠나 모든 이에게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욕망, 즉 억압적 현실을 벗어나 본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강렬한 작품으로 남았다.

'달'은 상상의 세계나 광적인 열정을 상징한다.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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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는 프랑스 후기 인상파 폴 고갱을 모티브로 완성된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광기 어린 화가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세속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다.

달과 6펜스 : The Moon and Sixpence

서로 다른 두 세계. 또는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힘

둘 다 둥글고 은빛이다. 하지만 달빛은 영혼을 설레게 하며 삶의 비밀에 이르는 신비한 통로로 사람을 유혹한다.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을 건드려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빠지게 한다. 6펜스는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의 화폐. 차갑고 단단하고 그 가치는 하찮다.

달이 영혼과 관능의 세계, 본원적 감성의 삶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세속적 가치, 동시에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 즉 『달과 6펜스』는 한 중년의 사내가 달빛의 마력에 이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 – 해설 부분 발췌

아주 오랜만에 다시 『달과 6펜스』를 읽으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정신세계와 물질세계 혹은 이상과 현실. 이런 식의 이분법적 해석에 집착해 온 것은 아닐까? 게다가 달빛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이야기라니...

찰스 스트릭랜드는 일시적 환상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오래 생각하고 오래 계획했던 일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보여주기식 손님치레로 교양 있는 척하는 부인의 허식에도 지쳐갔으리라.

달을 그리기 위해서는 주머니에 최소한 6펜스 이상의 돈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에게 현실은... 6펜스조차 없어 부초처럼 떠돈다. 아무 수치심도 없이 돈을 빌려가고, 굶주려 죽을 뻔한 순간에 자신을 구해준 더크와 브란치 부부에게는 치명적인 비극을 가져다준다.

하찮고 사소한 돈 6펜스. 돈은 그 사람의 몸을 구원할 수는 있으나, 그 사람 내면의 영혼까지 구원할 수 없다.

”나는 그려야 해요.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 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

그의 목소리에는 진실한 열정이 담겨있었다.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어떤 격렬한 힘. 말하자면 저항을 무력하게 하면서 꼼짝할 수 없도록.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는 몸부림일 그림에 담았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6펜스의 돈, 현실 대신 달을 그리려는 원시적 욕망

예술을 향한 본능에 끌려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브란치를 버리고... 그를 절대 소유하지 않으려 한 아타와 함께 타히티에서 이상적 삶을 완성한다.

가장 최소한의 것, 군더더기는 덜어낸, 의식주가 모두 그 자리에서 해결되는 지극히 단순한 천국에서 원두막에 불멸의 작품을 그린다. 아타의 오두막은 어쩌면 문명사회의 6펜스조차 불필요한 천국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유와 사랑이 있고 조급함이 없는 곳, 영혼 없는 가식이 불필요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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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읽을 때는 가장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찰스 스트릭랜드였는데 다시 읽은 지금은 가장 이해되는 사람이 찰스 스트릭랜드다. 가장 이해 불가한 사람은 블란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사랑을 구걸하려 들고, 거부당하자 순식간에 자신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스트릭랜드의 말처럼 어리석은 행동인가? 한 사람의 삶이 한 남자에게 매달리는 것으로 종결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녀야말로 안락한 더크와의 삶. 6펜스의 기반 위에 세워진 견고한 삶을 내동댕이 치고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음울한 영혼. 드러나지 않는 달과 같은, 움켜쥘 수 없는 거리에 있는 달과 같은 그를 좇으려 했다. 달에 이를 수 없자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자신을 해치고 만다. 브란치는 6펜스의 세계를 버리고 그녀가 이르고자 하는 달 (찰스 스트릭랜드)을 갈망했으나 비극으로 끝난 이유는 분명하다.

스트릭랜드가 추구한 달은 자신 안에서 자신이 가장 강렬히 원하던 것이었다면

브란치가 추구한 달은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것이 아닌 외부의 것. 심지어 자신을 누드 그림 모델용도 이상으로는 바라보지도 않는 괴팍한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였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확실히 달랐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알지 못한다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 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사랑에 빠진 자는 이미 자기가 아니다. 더 이상 개인이 아니고 하나의 사물, 말하자면 자기 자아에게는 낯선, 어떤 목적의 도구가 되고 만다. 스트릭랜드는 그런 외부의 낯선 속박을 견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미지의 어떤 것으로 몰아가는 그 불가해한 갈망을 방해하는 것이 혹시 자기 안에 들어와 있다면, 어떠한 괴로움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니까 만신창이가 되고 피투성이가 된다 하더라도 그 방해물을 가슴속에서 뿌리째 뽑아낼 수 있는 인간 같았다.


"목숨이란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블란치 스트로브는 나한테 버림을 받아서 자살한 게 아냐. 어리석고 균형 잡히지 않은 인간이라 그랬지. 자, 이제 그만하면 그 여자 이야기는 충분하오. 전혀 중요할 것 없는 사람이니까. 갑시다. ”


스트릭랜드는 6펜스의 세계에 연연하지 않은 것 같지만, 소설 속에서는 부두에서든 어디에서든 돈벌이를 하면서 달을 좇았다. 그 달은 늘 멀리 있었지만 비로소 도달하였다. 타히티의 원시성, 아타의 순수함을 딛고..... 6펜스의 위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 타히티 아타의 오두막에서. 문둥병에 걸린 몸을 벗어버리고 아름답고 음란한, 광기 어린 영혼은 비로소 달로 건너갔다.


방바닥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사방의 벽이 기이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이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그는 숨이 막혔다. 이해할 수도, 분석할 수도 없는 감정이 그를 가득 채웠다. 창세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무섭고도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스러운 어떤 것, 그를 두렵게 만드는 어떤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감추어진 자연의 심연을 파헤치고 들어가, 아름답고도 무서운 비밀을 보고 만 사람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악마의 마법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음란했다.

스트릭랜드는 최후의 힘을 내어 거기에 자신의 온 존재를 표현했던 것만 같았다. 마지막 기회임을 깨닫고 묵묵히 자신이 삶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 자신이 깨달은 모든 것을 그 그림에 표현했음이 틀림없다. 마침내 거기에서 평온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사로잡은 악마를 마침내 몰아내고 평생을 고통스럽게 준비해 왔던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외로움과 괴로움에 지쳐있던 그의 영혼은 휴식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목적을 이루었으므로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책 속에서

첫 문장

솔직히 말해서 찰스 스트릭랜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의 의견으로는, 예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예술가의 개성이 아닐까 한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나는 천 가지 결점도 기꺼이 다 용서해 주고 싶다.

P 10

인간은 신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타고 난다. 그래서 보통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른 인간이 있으면 그들의 생애에서 놀랍고 신기한 사건들을 열심히 찾아내어 전설을 지어낸 다음 광적으로 믿어버린다.


P 18

마지막 말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 옛 도시 니네베가 그들의 위업을 하늘 높이 쌓아 올렸을 때 새로운 복음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말하는 당사자에게는 자못 새롭게 여겨지는 용감한 말도 알고 보면 그 이전에 똑같은 어조로 백 번도 더 되풀이되었던 말이다. 추는 항상 좌우로 흔들리고,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


수많은 부부들이 이런 식으로 산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잔잔한 시냇물이 푸른 초원의 아름다운 나무 그늘 밑으로 굽이굽이 흘러가 이윽고 드넓은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 바다는 평온하고 조용하고 너무 초연하여 불현듯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잘 정돈된 행복..


p 51

에이미 보시오.

집 안은 다 잘 정돈되어 있으리라 생각하오. 앤에게 당신이 말한 대로 일러두었으니 돌아오면 당신과 아이들 식사가 준비되어 있을 것이오.

하지만 나는 당신을 보지 못하오. 당신과 헤어지기도 마음먹었소.

내일 아침 파리로 떠날 작정이오. 이 편지는 그곳에 도착하는 대로 부치겠소. 다시 돌아가지는 않소, 결정을 번복하진 않겠소

찰스 스트릭랜드


p56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p 67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부인을 버렸단 말입니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

아니 나이가 사십이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더 늦출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요.

...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

나는 한참 동안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 자가 돌아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아주 젊었고 상대방은 내게 중년으로 보였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딴 건 몰라도 몹시 놀랐던 것만은 기억한다.

나는 그려야 해요

승산 없는 도박을 하자는 것입니까?
나는 그려야 해요.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 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진실한 열정이 담겨있었다,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어떤 격렬한 힘. 말하자면 저항을 무력하게 하면서 꼼짝할 수 없도록.

p 70.

아스팔트 위에서도 백합꽃이 피어날 수 있으리라 믿고 열심히 물을 뿌릴 수 있는 인간은 시인과 성자뿐이 아닐까.

P 75

삶의 전환은 여러 모양을 취할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성난 격류로 돌을 산산조각 내는 대격변처럼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마치 방울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돌이 닳듯이 천천히 올 수 있다. 스트릭랜드의 경우는 그 전환이 광신자에게처럼 단숨에, 사도들에게처럼 광포하게 왔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를 사로잡은 열정이 그것의 결과물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P77. 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 그것은 자아의 성체 한가운데 숨어있는 스파이다. 우리는 스스로 적을 문 안에 들여놓은 셈이다.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p 85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무슨 힘에 사로 잡혀서 그 힘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거미줄에 걸린 날파리처럼... 사람의 마음에 딴 인격이 들어가서 이전의 인격을 몰아낸다는 이야기..

p 92

더크 스트로브는 끊임없이 상처를 입으면서도 워낙 천성이 착하여 앙심을 품는 법이 없었다. 고통이 가시자마자 독사를 가슴에 다정히 껴안는 것이었다. 그의 인생은 익살극의 소란스러운 대사로 가득 찬 비극 같았다.

p102

"당신 생각은 왜 그래?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이 해변가 조약돌처럼 그냥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무심한 행인이 아무 생각 없이 주워 갈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그리고 또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보아야 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 “


p137

우연히 보니 블란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눈길에 묘한 냉소가 담겨있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여자는 얼굴을 들었다. 두 사람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 야릇한 당혹스러움이랄까, 두려움 같은 것이 배어있었다.

그는 못 생겼지만 야수적인 관능이 어려있었다.
그에게는 어딘지 원시성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스인들이 목신 사티로스처럼, 반인반수의 형상으로 의인화했던 자연의 불가해한 힘들을 그도 나누어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이 사람도 고통과 절망의 종말을 맞이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p 141

가족을 그렇게 불행하게 만들어놓고도 미안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단 말입니까?

난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지금은 행복하십니까?

그렇소

p152

'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네. 내가 보기엔, 사랑에 자존심이 개입하면 그건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야.'

p159

그야 인간이라는 예측불능의 존재를 두고 얘기할 때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긴 하나, 어쨌든 블란치 스트로브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럴싸한 설명이 가능했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의 경우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생각했던 인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도무지 납득이 안 되었다. 친구의 신뢰를 비정하게 저버린 행위는 이상할 것이 없다. 남의 불행이야 어찌 됐든 제 기분만 만족된다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것, 그것은 그라는 인간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었다. 고마움이라고는 전혀 몰랐고 동정심도 없었다. 보통 사람이면 으레 갖기 마련인 감정들도 그에게는 없었다. 그에게 왜 그런 감정이 없느냐고 탓한다면 우스운 일이 되고 만다. 야수더러 왜 그렇게 사납고 잔혹하냐고 탓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트릭랜드가 블란치 스트로브와 사랑에 에 빠졌다고 믿을 수 없었다. 사랑에는 다정함이 있고 겸양이 있지만 스트릭랜드에게는 그런 성향을 상상할 수 없다. 사랑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몰입하게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알지 못한다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 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사랑에 빠진 자는 이미 자기가 아니다. 더 이상 개인이 아니고 하나의 사물, 말하자면 자기 자아에게는 낯선, 어떤 목적의 도구가 되고 만다.,,, 스트릭랜드는 그런 외부의 낯선 속박을 견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미지의 어떤 것으로 몰아가는 그 불가해한 갈망을 방해하는 것이 혹시 자기 안에 들어와 있다면, 어떠한 괴로움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니까 만신창이가 되고 피투성이가 된다 하더라도 그 방해물을 가슴속에서 뿌리째 뽑아낼 수 있는 인간 같았다.


p171

스트릭랜드와 블란치의 관계가 결국은 불행하게 끝나리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이처럼 비극적 형식을 취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스트릭랜드는 허름한 다락방으로 돌아갔을까. 여자가 그를 만나려 하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불러도 오지 않을 게 뻔해서.. 도대체 얼마나 잔인한 꼴을 당했기에 목숨까지 끊으려 했을까.

p180

블란치 스토로브의 죽음은 단순 사망이 아니어서 매장 허가를 받기까지 오래 걸렸다,

묘지까지 영구를 따라간 이는 더크와 나, 갈 때는 걷는 속도로 갔지만 올 때는 달리다시피 돌아왔다. 앞에 가는 영구 마차가 흔들거리며 속도를 낼 때마다 우리 마부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말들을 거세게 몰았다.

p181

더크와 헤어진 뒤, 홀가분한 기분으로 거리로 나왔다. 파리 거리가 새삼 유쾌하게 느껴졌다. 날씨는 맑고 햇빛은 밝다. 한결 짜릿한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p183 문명이 한참 뒤떨어진 이 조그만 마을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 해가 가고 또 다음 해가 오고... 이윽고 부지런히 일하며 평생을 보낸 이들에게 죽음이 휴식을 주기 위해 친구처럼 찾아온다.

스토로브는 다른 길을 택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세상은 참 매정해,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 겸손하게, 조용하게 사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아야 해, 운명의 신의 눈에 띄지 않게 얌전하게 살아야지. 소박한 사람들의 무지가 우리네 지식을 합한 것보다 나아, 구석진 데서 양순하게 살아가야 한단 말이야. 그게 살아가는 지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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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4

「아무래도 이런 격언을 믿지 않으시는군요. <그대의 모든 행동이 보편적인 법칙에 맞을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격언 말입니다」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돼먹지 않은 헛소리요」

「칸트가 한 말인데요」

「누가 말했든, 헛소리는 헛소리요」


p191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기술하면서 온갖 것에 그 말을 갖다 쓰기 때문에 그 이름에 값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

-그저 아무것이나 아름답다고 말한다. 옷도 아름답고, 강아지도 아름답고, 설교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아름다움 자체를 만나게 되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생각을 돼먹지 않은 과장된 수사로 장식하려는 버릇이 있어 그 때문에 감수성이 무뎌지고 만다. 신령한 힘을 어쩌다 한번 체험하고선 그것을 늘 체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는 돌팔이 의사처럼, 사람들은 가진 것을 남용함으로써 힘을 잃고 마는 것이다.


P193

스트로브가 고향에 돌아가면 지금은 슬픔을 견딜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질 것이요. 자비로운 망각의 도움을 받아 인생의 짐을 다시 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얼마 있으면 고향의 마음 착한 여자와 결혼을 할 것이고, 틀림없이 행복하게 살 것이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형편없는 그림들을 무수하게 그려댈 것이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p203

"여자는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의 정신을 소유하기 전까지는 만족할 줄 몰라. 약해서 지배욕이 강하지. 지배하지 않고서는 만족하지 못해. 여자는 마음이 좁아요. 그래서 자기가 모르는 추상적인 것에는 화를 내는 버릇이 있어. 마음을 쓰는 건 물질적인 것뿐이야. 관념적인 것은 시기나 하고. 남자의 정신은 우주의 저 머나먼 곳에서 방황하는데 여자는 그걸 자기 가계부 안에다 가둬두려고 하는 거요. 내 아내 생각나오? 블란치도 차츰 같은 수작을 쓰려고 하더란 말이야. 자기 딴엔 무한한 참을성을 발휘해서 나를 함정에 몰아넣고 올가미를 씌울 작정을 하고 있었어. 나를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던 거지. 나 자신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 내가 자기 것이 되어주기만 바랐지. 하기야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했어요. 내가 원하는 것 한 가지만 빼놓고 말이오. 난 혼자 있기를 바랐거든."-


p205
"당신은 자신의 확신에 용기가 없군. 목숨이란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블란치 스트로브는 나한테 버림을 받아서 자살한 게 아냐. 어리석고 균형 잡히지 않은 인간이라 그랬지. 자, 이제 그만하면 그 여자 이야기는 충분하오. 전혀 중요할 것 없는 사람이니까. 갑시다. 내 그림을 보여줄 테니. “

스트로브 내외가 몽마르트의 아늑한 스튜디오에서 지내던 시절, 소박하고 친절한 삶이 비정한 우연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는 사실이 잔혹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더 잔혹한 것은 그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고 더 불행해졌다는 사람도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화려한 희망과 꿈을 안고 시작했을 블란치의 인생, 그것은 차라리 시작하지 않았던 것만도 못하지 않았을까?


p211

스트릭랜드의 그림.. 그는 지금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힘이며, 어떤 방식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인지는 불투명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p212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 있었다는 점이다. 색채와 형태.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냈던 것이다.

자신이 찾는 미지의 것에 다가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억누를 수 없는 어떤 공감... 존재하지도 않는 신전을 찾아 나선 영원한 순례자


P220

스트릭랜드에게 성욕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다른 곳을 향해있었다. 도락을 즐기려면 불가피하게 상대방이 있어야 하게 마련인데 그는 이 상대여자마저도 싫어했던 것 같다... 마치 꽃 사이를 날던 영롱한 나비가 문득 얼마 전에 의기양양하게 벗어버렸던 자신의 추잡한 유충 껍데기를 발견하고는 몸서리를 치듯이 여자를 보고 몸서리치는 것이었다.


p221

그가 친구들에게 바란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을 혼자 있게 내버려도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지향하는 것에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까지도 희생시켰다.

p223

인생은 우스꽝스럽고 지저분한 일들의 뒤범벅이고 웃기에 적절한 소재였다. 하지만 웃으려니 슬펐다.

p241

낮이면 지저분해 보일 따름이지만, 밤이면 오두막들의 불빛 만을 받아 거리는 사악한 아름다움을 띠게 된다. 대기에 가득한 욕정이 숨을 막히게 하고 소름 끼치게 한다. 이곳의 풍경에는

사람을 쫓아다니며 마음을 어지럽히는 뭔가 신비로운 것이 있다. 어떤 원시적인 힘 같은 것이 있어 그것이 역겨움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매혹하는 것만 같다.

p246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단편적인 것들뿐이다. 나는 이미 소멸해 버린 동물을 뼈 하나만 가지고 그 형상뿐 아니라 습성까지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물학자와도 같은 입장에 있다.

p252

티아레-이것은 아버지가 그녀에게 붙여준 이름인데 원래는 향기가 있는 흰 꽃의 이름으로, 이 꽃 냄새를 한 번 맡은 사람은 아무리 먼 곳을 떠돌아다녀도 결국은 이 향기를 못 잊어 다시 타히티로 돌아오고 만다.

p253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또는 격세유전으로 내려온 어떤 뿌리 깊은 본능이 방랑자를 자꾸 충동질하여 조상이 역사의 여명기에 떠났던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일까.

p 262

당신 아타랑 같이 살면 어떻겠어요? 아이도 괜찮고 나이도 열일곱 밖 앤 되지 않았죠.

당신한테 호감이 있는 것 같습디다.

p266

다음 삼 년간은 스트릭랜드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아타의 집은 섬을 둘러싼 도로에서 팔 킬로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아타와 함께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우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아타는 아이를 낳았다.

p273
아타랑 사는 게 행복한지

그 애는 간섭을 안 해.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하네. 내가 바라는 건 다 해 줘

p276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숴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진리 대신 미를 추구했지만요. 그 친구에게는 그저 한없는 동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p293

방바닥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사방의 벽이 기이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이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그는 숨이 막혔다. 이해할 수도, 분석할 수도 없는 감정이 그를 가득 채웠다. 창세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무섭고도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스러운 어떤 것, 그를 두렵게 만드는 어떤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감추어진 자연의 심연을 파헤치고 들어가, 아름답고도 무서운 비밀을 보고 만 사람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악마의 마법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음란했다.

p295

스트릭랜드는 최후의 힘을 내어 거기에 자신의 온 존재를 표현했던 것만 같았다. 마지작 기회임을 깨닫고 묵묵히 자신이 삶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 자신이 깨달은 모든 것을 그 그림에 표현했음이 틀림없다. 또한 마침내 거기에서 평온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사로잡은 악마를 마침내 몰아내고 평생을 고통스럽게 준비해 왔던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외로움과 괴로움에 지쳐있던 그의 영혼은 휴식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목적을 이루었으므로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p297

타라바오 산골짜기 원주민 오두막에 그려진 그림들... 그 이상한 걸작이 죄다 불타버렸다.

아타에게 이런 약속을 시켰다는군요.

집에 불을 지른 다음 모조리 탈 때까지, 작대기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떠나지 말라고요

스트릭랜드 본인도 걸작인 줄 알았을 겁니다. 자기 삶이 완성된 거예요.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고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 다음 자부심과 함께 경멸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파괴해 버린 거죠.

p301

그가 그린 정물화.

맛을 보면 신만이 아는 영혼의 비밀과 신비로운 궁전으로 통하는 문이 열릴 것 같았다. 예상할 수 없는 위험, 그것들을 먹으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신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것, 소박한 것들이 그 앞에서는 경악하여 움츠러들 것 같았다. 선악과처럼 무섭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p306

신부 칼라를 단 카키복 차림의 훤칠한 사내가 들어왔다. 잘 생긴 호남, 뒤따라 누이동생도 들어왔다, 나는 타히티에서 찰스 스트릭랜드에 관해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타와 어린애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되도록 정확하게 옮겨주었다. 슬픈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버트 스트릭랜드가 ” 하느님의 연자매는 느리게 돌지만 가루는 아주 곱지요. “라고 말했다.


『달과 6펜스』...

한 권의 책. 읽을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왜일까?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책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내 인식에 변화가 일어난 가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진 것일까?

우리는 아무 선택 없이 태어나 주어진 생을 살고 간다. 삶의 무늬는 다양하다. 얼룩진, 비참한, 고뇌에 찬, 슬픈, 처절한. 아름다운, 숭고한, 깨끗한, 거룩한. 비굴한, 두려운 등

지난 시간... 스트릭랜드와 같이 야수적으로 몰입해 본 적이 있었을까.

내 삶을 설명하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달과 6펜스.

달을 추구하면서도 주머니의 6펜스를 만지작거려야 하는 우리의 삶.

그러하기에 우리는 저마다 불후의 명작품을 아직 남기지 못하는 것일까?

추는 항상 좌우로 흔들리고,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

추처럼 항상 흔들리는 삶에서 같은 원을 새롭게 도는 것과 다른 원을 찾아 도는 것을 생각하는 밤.

3월이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려원 산문집/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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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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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르코문힉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란 수필문학사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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