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지지 마라! 나아라 나아라!

11살 소녀의 절규에서 나를 위한 정언명령을 듣는다.세상에 지지 마라!

< 약손 >

세상에 다친 맘 낫는 약이 없을까

고단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구나

어릴 적 어미품 배를 어루만지시던

약보다 따뜻한 그 손길이 생각난다


나아라 나아라 울아가 울지 마라

나아라 나아라 세상에 지지 마라

엄마손은 약손 울 아가 배는 똥배

엄마손은 약손 울 아가 배는 똥배


나아라 나아라 울아가 울지 마라

나아라 나아라 세상에 지지 마라

....

어린아이가 트로트 경연에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 뿐 대중가요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아이들이 상업적 용도로 악용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편견도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11살 이수연 양이 부른 노래 ‘약손’.. 가사에 가슴이 전율이 일었다.

세상에 다친 맘 낫는 약이 없을까

고단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구나

....

나아라 나아라 울아가 울지 마라

나아라 나아라 세상에 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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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에 아빠가 저세상으로 떠나고 할머니와 사는 아이....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11살 아이가 ‘세상에 다친 맘 낫는 약이 없을까... 나아라. 나아라. 세상에 지지 마라.’를 외친다.

단순한 가사인데 ‘나아라 나아라 세상에 지지 마라’가 반복된다.

11살 아이가 아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어떤 세상에 지고 싶지 않은 것일까...

눈물을 삼키고 입술을 깨무는 모습에서 이미 세상을 이겼다...


<우상의 황혼>에 나오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들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을 나는 좋아한다.
나를 죽을 만큼 힘들게 하는 것들을 이기고 싶었다.

묘하게 나를 짓누르려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 강력하게 반발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한 이는

세상이 그의 죽음 전 후에 따라 달라진다.

대학 4학년 졸업 무렵 아버지의 죽음, 이미 대학졸업반, 성인이었음에도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무는 버릇이 생긴 게...

슬픔이나 좌절을 교묘하게 위장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도

얼굴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습관이 생긴 것도

나는 내 안으로 문을 잠그고 들어갔다. 세상으로부터 상처 입기 싫었기 때문에..

니체가 나의 열렬한 정신적 지주가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때부터 ’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라는 말을 독백처럼 내뱉곤 하였다.


이수연 양은 7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그 어린아이가 ’ 세상에 지지 마라 ‘를 절규하듯 외친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닥을 아는 자 만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나는 안다.

세상에 지고 싶지 않다

세상에 지지 마라...

나를 위한 정언 명령을 11살 이수연 양의 목소리로 듣는다.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 12월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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