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강렬한 기억은 진실도 바꾼다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는 계속해서 변하지만 전략은 변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가 알 리스는 저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통해 마케팅 무기는 인쇄물에서 라디오와 TV, 그리고 인터넷으로 끊임없이 바뀌지만 마케팅 전략만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트렌드 변화를 그대로 흡수하는 마케팅은 말 그대로 '변화무쌍'한데요. 마케팅 급류의 현기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케터를 위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유효한 마케팅 전술, 세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시리즈 미리보기]
③ 강렬한 기억은 진실도 바꾼다 (→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어요!)
최근 부도 사태 등 경영 악화로 위기를 맞은 위니아는 지난해 2023년까지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1995년 11월, 첫선을 보인 이래로 20년 넘게 김치냉장고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았는데요. 대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와의 경쟁에서 김치냉장고 품목에서만큼은 장기간 선두 자리를 지킨 위니아 사례는 영국 헐대학 경영대학원(MBA)의 마케팅 교재에도 실릴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최초의 김치냉장고는1984년 금성사(현LG전자)가 출시한 김치냉장고였습니다. 대우전자도1985년 잇따라 김치냉장고를 선보였지요. 하지만 당시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최초의 김치냉장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위니아‘딤채’는 그로부터10년 후에나 출시된 김치냉장고였습니다.
딤채는 금성사가 실패한 김치냉장고와는 다른 컨셉과 기술,마케팅 전략으로 고객 앞에 섰습니다. ‘장독대를 집안으로 들여온다’라는 컨셉으로 땅속에 묻힌 김장독이 김치를 보관하는 원리를 냉장고에 접목했습니다. 저장실 자체를 냉각시키는 ‘직접 냉각 방식’기술을 적용한 것이죠. 기존 냉장고와는 전혀 다른 제품이라는 입소문을 내기 위해 체험단을 선정, 6개월간 무료 사용 기회도 제공했습니다. 고객을 팬덤으로 만들면서 오랜 세월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알 리스(Al Ries)는 “시장에서 최초가 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고객의 기억 속에서 최초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고객의 기억에서 최초가 되기 위해서는 서서히 호감을 쌓는 방식이 아니라 돌풍처럼 강렬하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마케팅은 이러한 인식을 다루는 기술이자 싸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다면 우리 상품이 고객에게 어떤 인식을 줄 것인지 또는 이미1위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형성된 고객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고객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어떤 제품이든 약간의 경험을 했다면 고객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고객의 인식을 바꾸고 기억을 차지하는 데 효과적인 마케팅 전술3가지를 준비했습니다.
① 고객 기억 속 하나의 단어 심기
‘로켓’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어 떠오르나요?저는 ‘배송’이 떠오릅니다. 제 기억 속에 ‘로켓’은 쿠팡이라는 기업의 배송 서비스로 각인되었는데요. 이처럼 고객의 기억 속에 단어 하나를 심어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어에 의한 연상 작용과 이를 통한 브랜드 효용성까지 기업이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켓"
→ 로켓은 빠르다
→ 로켓처럼 빠르게 배송한다
→ 빠른 배송을 연거푸 제공 받는 것에 추가 비용이 없다
→ 로켓배송을 서비스하는 쿠팡은 내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편리한 서비스다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은 대부분 고객의 마음속에 단어 하나를 심고 그 단어를 소유한 기업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집중의 법칙’인데요. 하나의 단어나 개념에 집중하여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전략입니다. 어떤 단어를 고객의 기억에 남길지 시장 조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확인하세요. 그리고 우리의 서비스를 가장 잘 나타내는 핵심 단어를 선택합니다. 만약 경쟁사가 이미 그 단어를 선점했다면 아쉽지만 다른 단어를 찾아야 합니다. 고객의 마음에 심은 단어를 두 기업이 동시에 소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② 제품을 직접 체험하게 만들기
고객에게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체험’입니다. 길을 지나다 특정 향기를 맡으면 영국의 입욕 브랜드 ‘러쉬’가 떠오르고, 그리스 산토리니의 흰 건물과 푸른 지붕을 보면 이온 음료 ‘포카리스웨트’가 떠오르는 것처럼. 고객의 오감으로 저장된 기억 속에 기업 브랜드 또는 상품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많은 기업이 팝업스토어 등을 열고 고객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홈 헬스케어 전문기업 세라젬은 기발한 공간 연출과 체험 서비스로 고객의 기억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카페형 직영 체험매장을 운영 중인 세라젬은 지난해 4월 잠실/기흥점을 시작으로 키즈카페가 달린 가족형 체험 매장을 신설했습니다. 아이들은 키즈카페에서 놀고, 부모는 세라젬 제품을 체험하며 가족이 모두 건강한 시간을 보낸다는 컨셉인데요. 고객 중 55%가 제품을 체험한 후 구매한다는 자체 통계를 기반으로 육아 중인 젊은 부부 고객을 타겟팅하는 체험 매장을 만든 것입니다. 세라젬은 2021년부터 바디프랜드를 제치고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③ 생각지 못했던 행운, 붙잡기
최근 한 외국인 소녀가 생일 선물을 ‘언박싱(Unboxing)’하는 영상이 각종 SNS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소녀는 분홍색 종이가방 속 선물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요. 그 선물은 바로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이었습니다. 한국 고객은 다소 의아하겠지만 미국에서는 해당 상품이 품귀 현상으로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영상은 4월 기준 6,0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데요. 삼양식품은 자연 바이럴 홍보의 행운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영상 속 소녀를 직접 찾아가 까르보불닭볶음면 150개 상자를 선물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열어 준 것입니다. 소녀의 행복한 얼굴을 또 보고 싶었던 많은 사람이 이벤트 인증 영상에도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화재로 다 타버린 자신의 차 안에서 거의 손상되지 않은 스탠리 텀블러가 찍힌 영상이 SNS에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영상 속 스탠리 텀블러 안에는 놀랍게도 얼음이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영상은 뉴스로 보도될 정도로 이목을 끌었는데요. 스탠리의 CEO는 “우리 제품의 품질을 잘 보여준 것에 대한 감사”라며 영상을 업로드했던 그 여성에게 새 텀블러와 함께 새 차를 선물했습니다. 스탠리 측의 빠른 응답과 통 큰 선물에 긍정적인 댓글이 폭발했는데요. 자연 바이럴 행운에 기업의 즉각적인 대응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고객에게 아주 강렬한 기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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