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계란 볶음
유투버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초등 4학년 아들의 등살에 못 이겨 그저께 토마토 계란 볶음을 해보았다. 수십번도 넘게 하는 요리지만 이만큼 쉽고 맛 접근성(?)이 괜찮은 중국 음식도 드물다. 아이가 하는 촬영에 집중하느라 계란 비린내가 약간 나기도 했지만 나중에 재탕, 삼탕을 거치다보니 더 맛있게 변했다.
중국 이름은 시홍스차오지단(西红柿炒鸡蛋), 토마토 계란 볶음. 전채요리와 탕, 주식을 제외하고 집에서 반찬(요리)으로 먹는 메뉴는 '반드시' 육류와 야채를 혼합해야 한다. 이 '반드시'라는 표현에는 내 핍박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엄마! 밥 주세요"
아이들이 이렇게 소리치면 5분 안에 나올 수 있는 메뉴는 계란 후라이를 밥에 얹고 김, 김치, 혹시나 국이 있다면 완벽하다.
이 밥상을 보고 중국인 시어머니는 여러가지 문장으로 디스할 수 있다. '채소 요리가 없네', '아, 김치가 채소인가?',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냉랭한 걸 어찌 먹는지 몰라', '아침이니까 계란도 괜찮겠지', '김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몰라, 짜지도 않은 걸', '얘, 김은 안 익혀도 괜찮은거지?'
여기에 남편의 한 마디면 화룡점정이다. '원래 한국인들은 김치류에 국만 있으면 돼요' 딴에는 어머니의 이해를 돕고 잔소리를 줄이겠다는 생각이었겠지만... 그냥 말을 말자...
내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우리집 중국 식구들에게 일명 '요리'라고 하면 밥과 어울려 여러 가지를 먹는 반찬이 아니라 그 하나로도 완벽한 영양소와 비주얼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한 접시 안에 단백질을 갖춘 육류와 채소 종류가 함께 기름에 어우러져 있는 것만이 요리이자 밥상에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남편은 중국 북방 도시 출신으로 키가 188cm이고 시어머니도 175cm정도 되시는 거 같다. 둘다 고혈압이 있는데도 매일 고기를 안 먹으면 허해하는 체질이다. '고기를 요새 안 먹었더니 머리가 띵하다'는 표현을 많이 하신다.
荤素搭配(훈수다페이), 육류, 어류와 채소류를 혼합해서 먹는 것을 중국인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육류 요리는 계란으로 대체하고 아이들이 잘 먹지 않으려는 토마토를 곁들이니 최고의 요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변명을 늘어놓게 만드는 중국 요리라니...
토마토 계란 볶음 만드는 법은 초간단이다. 계란은 볶아서 담아둔다. 기름에 마늘 다진 것을 넣어 마늘 기름을 내고 거기에 자른 토마토를 넣어 적당히 물이 나오면 볶아둔 계란을 넣어 같이 볶으면서 소금 설탕으로 간을 하는 것이다. 젓가락질마저 귀찮게 느껴질 땐 토마토 물이 흥건한 것을 숟가락으로 떠서 밥에 올려 슥슥 비벼 먹으면 끝이다.
오늘은 친정아빠가 얻어다주신 부추로 중국인의 소울푸드 쟈오즈(饺子)를 만들어야 한다.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