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글

나의 본업은 무엇인가?

‘본캐’, ‘부캐’가 난무하는 시대에 난 무엇일까

by Groovycat

오전에 정신과에 들러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약을 지어왔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신경 쓰고 있는 일, 약의 복용량과 정서적인 변화 등에 대해 얘기하면서, 갑자기 ‘난 정신과에 갈만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아이, 남편, 일, 종교활동, 부모님. 종교활동을 제외하고는 거의 공감할 만한 주제인데 이 여러 가지 분야(?) 그 속에서 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부모님은 나이 들어가셔서 내 보살핌이 필요하고, 아이들은 커가면서 방향을 잡아줘야 하고,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일도 쥐고 있어야 하고, 외국에 있는 남편도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거겠지만 난 내 삶만 살고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어떤 분야의 일이든 부딪히면 해결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 줄줄이 이어진다. 50살이 다 되어가는 경험으로 가치와 우선순위를 알려주고 도와주고 의견을 나누고 설명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너무 피곤하다.

그 피곤함을 상쇄하고 힘을 얻는 분야가 종교활동이기도 한데, 그 속에서도 또 맡은 역할이 있다. 생각하면 정말 피곤하다.


본업 하나만 정하고 살 순 없을까? 본업은 하나인데 주변과의 관계에서 다른 ‘업’이 하나씩 더 추가가 된다. 그러면 내 본업은 무엇일까? 엄마, 딸, 프리랜서 통번역가, 와이프 등등. 난 내 성격이 유니크하고 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에게 비치는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있는 위치는 절대 가볍지 않은 ‘부캐’라서 그런 거 같다. 상황이나 역할에 부닥치면 실수를 줄이고 빨리 처리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조바심이 나고 만족스럽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 난관에 대한 내 반응들이 근육처럼 쌓여서 쿨하지 못한 성격이 되어버렸다.


우선 인내심을 키워야겠다.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완벽을 기하기보단 완성을 향한다는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그래야 내 모든 부캐를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 거 같다. 인생은 연극과 같다고 누가 그랬더라? 그 연극에서 부캐도 본캐도 다 내가 하고 심지어 매 회 연극을 빠지지 않고 보는 것도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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