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위를 지켜본 지난 며칠간
최근 중국에 있는 남편과 화상 통화가 원활하지 않다.
어제부터 유튜브 영상에 몇 초간 지연 현상이 생겼다.
방금 영화를 보고 와서 그런 걸까? 요즘 일어나는 현상들을 괜히 끼워 맞춰 보게 된다.
중국에 있는 남편과는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 정도에 화상통화를 한 번, 저녁에 한 번 평균 두 번은 한다.
아침 화상 통화에서는 첫마디가 “검사하고 왔어?” 로 시작한다. 검사하러 갔다 온 거면 “더 자”, 하러 나가기 전이면 “검사하러 얼른 가” 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만큼 중국의 PCR 검사는 일상이다. 올해 5월 말 중국으로 돌아간 남편은 처음엔 매일 아침 투덜거렸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짜증 나서 그런 거겠지. 근데 이제 일상이 된 듯 짜증도 줄어들고 있다가…
11월 25일 아침 1차 폭발을 했다. 전날 저녁 아는 후배와 술을 마시려고 늦게 만났는데 주문을 하고 술을 마시려는 찰나, 후배가 사는 아파트에서 봉쇄 명령이 떨어진 거다. 매일 저녁 술자리가 유일한 낙인 남편은 그때부터 짜증이 나긴 했는데… 후배와 후배 식구들을 봉쇄가 안 된 처갓집으로 짐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고 밥도 못 먹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PCR 검사. 이제 좀 완화된다고 하더니 그래도 또 가려니 화가 난 것이었다. 게다가 밤에 들려온 우루무치 화재 참사 소식. 봉쇄된 건물에서 사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남편은 폭발할 시점을 조준하고 있는 듯했다.
‘아마 이번 화재로 다들 가만있지는 않을 거야’
27일 아침, 중국 시누이의 SNS에서 입주민이 봉쇄 상황에 항의하는 내용이 공유되었다. 유창한 중국어로 조리 있게 불만을 성토하는 아줌마를 보면서 일명 ‘지식 분자’ 시구나 싶었다. 한국인 기준 내가 듣기에는 다 일리 있고 상당히 정제된 요구사항이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수도 있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나, 라는 사람들의 울분이 느껴졌다. 그러고 나서 나는 포털에서 중국을 검색했다. ‘백지 시위’라는 말이 기사에 나와있었는데 나는 ‘설마…’ 그냥 홍콩 흉내 내는 거겠지. 싶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中国‘를 검색했고 BBC 취재 영상 및 각족 영상들이 쏟아졌다. ‘설마, 정말 이렇게 시작한다고?’ 그리고 충칭에서, 상하이에서, 우한에서 시위 장면과 공안과 시민의 몸싸움을 보면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영상을 캡처해서 남편에게 보냈다. 한참 월드컵 경기 보면서 스포츠토토에 열을 올리던 남편이라 답장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27일 위챗 모멘트에 백지를 공유했다. 남편의 첫 댓글
남편: ?
나: ‘支持人民’ (중국 인민을 지지한다는 뜻)
남편: ‘같이 올린 사진이 그냥 하얀색으로 나왔어
나: 어, 맞아. 백지야.
시누이: @남편- 무슨 뜻인지 몰라?
상황을 보면서 조용히 분노하고 있던 시누이와 나는 서로 대화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고, 월드컵에 미쳐있던 남편은 자신의 예언이 실현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시위 영상은 아주 빠른 속도로 차단되고 있어서 남편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뒤늦게야 내가 보낸 영상 캡처를 보고서야 다음 날 ‘베이징이나 우한 쪽에 시위 일정 올라오는 거 있으면 알려줘’라고 문자가 왔다.
남편과 내가 떠올린 것은 당연히 천안문 사태였고, 떠올린 사람은 시아버지였다. 천안문 사태 당시 톈진에 명문대를 다니던 시아버지는 학교에서 시위를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천안문 사태의 결과를 보고서도 시위에 참가한 시아버지를 남편은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던가보다. 문화 대혁명 얘기만 나오면 열변을 토하고, 그래서 가족 모임에서 시어머니는 문화 대혁명, 천안문 사태 얘기하기를 꺼려하셨다. 천안문 사태 직전의 상황과 비슷한 조짐이 조금씩 중국에서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제부터 남편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봉쇄되었다. 남편의 짜증이 최고조에 달했다. 게다가 화상 통화도 원활하지 않았다. 내가 왜 짜증 내냐고 했더니 ‘화상이 계속 끊기니까 짜증 나잖아’라고 그랬다.
나도 짜증이 났다. 맨날 유튜브를 달고 사는데 어제부터 순전히 데이터로만 영상을 봐도 가끔 먹통이 될 때가 있었다.
하… 뭔가 예상되는 건 있지만 얘기하고 싶진 않다.
내가 입버릇처럼 아침에 남편에게 하는 말이 있다.
‘你们真听话,让你们去核酸就去核酸’ 다들 정말 착하네, 검사하란다고 다 가잖아
‘让习近平认输吧,还得牺牲多少人才认输啊’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해야 시진핑이 실패를 인정할까?
거기에 대한 남편의 대답
‘那怎么办? 不核酸哪都去不了‘ 그럼 어떡해, 검사 안 하면 아무 데도 못 가는데
‘他不会认输的’ 인정하지 않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