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난 널 믿는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은 코로나 시절 포켓몬 빵을 사겠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이마트에 가서 오픈런을 여러 번 뛰었던 전적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혼자 버스 타고 시내를 왔다갔다 하더니 초 6 때는 시외까지 왔다갔다하게 되었다. 작년 여름에는 아는 형의 핫도그 가게 알바를 해준다면서 일 몇 시간 하고 핫도그와 떡볶이를 얻어먹고 오곤 했다.
난 어렸을 때 엄마가 나한테 "**야, 저기 이모한테 이거 더 달라고 해라"라고 시키는 게 너무나 싫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엄마 등쌀에 못 이겨 시외 친척에게 다녀와야했고, 중고등학교 때는 전라도, 경상도를 넘나들며 인사를 하러 다녔다. 난 그때 별로 외향적이지도 않고 모르는 어른에게 말을 걸거나 길을 묻는 건 정말 싫었는데도 말이다.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이 있다. "입 뒀다 뭐하냐, 물어보면 되지"
근데 내가 엄마가 되어 첫 아이를 키우면서 키즈 카페에 다니면서부터 난 아들에게 알아서(?) 옆 친구와 놀으라고 시켰다. 엄마와 놀고 싶었겠지만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라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나쁜 엄마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아이에게 물어봐도 원망보다는 '그게 어때서요?'라고 되묻는다.
아무튼 내 아이는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때부터 누구에게 말을 건네고 물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할머니가 계시는 중국에 가게 되었다. 애 아빠가 처음 혼자 귀국할 때 걱정스러웠던 것과 비슷한 걱정이 든다. 그놈의 영어, 기본적인 영어만 해도 조금 걱정을 덜 텐데, 아들도 영어가 뛰어나지 않고 남편도 그랬으니 말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신고서 쓰는 것과 인천 공항에서 티켓팅을 끝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전체적인 과정을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는데 넓은 공항에서 미쿡 사람 같은 외국인을 보면 더 멘붕이 오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너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정신 바짝 차리자'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내 첫 외국여행도 압도당했던 기억이 난다. 자기 길을 향해 바삐 가는 사람들, 근데 나는 제대로 내 길로 가고 있는 건지 그 순서를 잘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미 우린 예습을 했고, 엄마랑 했던 여행도 많았으니까 잘 할 거라고 믿는다.
오지랖이 넓고 남 도와주는 데 너무 적극적인 성격이라 짐을 빠뜨린다든지 시간을 놓친다든지 하는 실수를 할까 걱정이긴 하지만 처음이니까 긴장하면서 잘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아들이니까.
아들아~ 이것도 앞으로 남은 네 인생에 있어 재미있는 추억이 될 거다.
인생도 어차피 너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