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둘의 나이에도 영화를 만드는 살아있는 거장.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최신작 <플라워 킬링 문>이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여우주연, 남우주연, 촬영, 편집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무관으로 마무리했다. 고백하자면 <플라워 킬링 문>은 때를 놓쳐 아직 보지 못했고(너무 길어서 꼭 영화관 가서 봐야 됨) 작품, 감독, 남우주연, 남우조연상 등 7관왕을 한 <오펜하이머>는 용아맥(CGV용산 아이맥스관)으로 챙겨볼 만큼 애정했기에, 이 두 작품을 비교해 어떤 것이 더 수상 할만하냐를 논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다. 그러나, 어쩌면, 마틴 스콜세이지의 마지막 아카데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서글퍼졌다.
촬영이 끝나면 수십 통의 필름이 생겨나고, 필요한 부분의 필름을 가위로 잘라 이어 붙여 편집하는 시절부터 영화를 만들던 마틴 스콜세이지와 같은 거장이 현재의 풀 디지털 촬영 시스템을 바라보는 느낌은 어떨지 상상하곤 한다. 다가올 고도화된 AI 기술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도 두려움이 스며드는 나의 마음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전부 경험하고 있는 거장의 마음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는 것이다. 편리하다고 생각했을까? 클릭 몇 번에 프레임 단위로 잘리고 붙여지는 영상이 놀라웠을까? 쏟아지는 AI 테크닉을 남의 일마냥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나처럼 경직되어 있었을까?
챗GPT 사용 분석에 따르면, 이를 가장 비효율적으로 다루고 있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란다. AI를 똑똑하게 이용하려면 - 속된 말로 뽕 뽑으려면 - 내가 원하는 내용을 얻을 수 있을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 필연적인데 우리는 양질의 질문을 하지 못하고 있단 것. 백악관 브리핑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타국과 비교될 정도로 질문하지 않는 우리나라 기자들, 강연에서 교실에서 질문 있는 분 말씀하세요 라는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사람들, 멀리 갈 것도 없이, 혹시나 긁어 부스럼이 될까 봐 합죽이가 되는 나까지. 우리는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좋은 질문을 위해 필수로 선행되어야 하는 건 잘 듣는 것인데, 과연 얼마나 경청하고 있었나 자문하니 반성부터 된다.
최근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프로젝트에 깊은 좌절을 했다. 망망대해에 홀로 있는 듯한 막막함 속에 새로운 동료가 합류했다. 궁금한 게 많았는지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는데, 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이 났다. 그제야 알았다. 지금을 잘 살아내는 방법도 미래를 잘 살아가는 방법도 모두 질문이다.
잘 듣고, 호기심을 가지고, 좋은 질문을 하는 것. 오래도록 지켜야 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