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나는 무엇을 중히 여기고 어떤 걸 간과하며 지냈나. 그 여파는 정직하고 여실하게 몸으로 드러난다. 조금은 괜찮겠지 뭐, 하고 넘긴 파스타는 배앓이로 돌아왔고 PMS 핑계를 대며 구매 버튼을 누른 옷가지들은 자린고비가 먹던 굴비 신세가 되었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태어나 거의 처음으로 운동의 재미를 붙인 자신이 기특하고 뿌듯하다. 성장에 목마른 사람에게 운동이란 얼마나 직관적인 보상을 주는 행위인가. 소화 가능한 바벨 무게가 늘어날수록, 잘 안되던 동작이 정확한 자극점을 공략하게 될수록, 턱 끝까지 차오르던 숨이 여유로워질수록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안도가 함께 오니까.
너무 안온했던 탓일까, 갑자기 무릎이 아프다. 마라톤을 앞두고 매일 조금씩 달리기 훈련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부상이라니. 얄궂은 타이밍이 원망스럽다. 속으로만 읊조린 원망을 들은 건지 내려가는 계단에 내딛는 걸음마다 온 힘 다해 아우성이다. 일상의 틈으로 통증이 빼꼼 스며들고 나서야 지난날을 복기하는 건 성실이나 꼼꼼과는 거리가 있는 일인가 보아.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진 성과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몸을 써왔다는 걸 알아채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곰곰이 되짚으면 꽤 오래전부터 무릎이 뻐근하다는 불편함은 있어왔지만, 체중 감량으로 달리기 기록을 단축할 요량이었고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태가 어서 배어나길 소망했으니 미세한 무릎 통증 정도는 무시할 수 있었다. 운동 후 생기는 근육통쯤으로 여겼다. 조급한 마음을 달래느라 놓친 곁가지들은 흐르는 시간에 맞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야 말았다.
심술궂은 통증은 매일의 우선순위를 다시금 숙고하게 한다. 속도보다 긴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것이라는 원칙을 상기한다. 기록은 재미이고 본질은 했다는 사실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