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불안과 꾹 다문 입

내가 고장났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

by 둥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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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목숨을 끊으며 친구에게 이런 글을 남겼다.

자살하는 사람 본인의 심리를 있는 그대로 적어내려간 글은 여태 없었다. 때문에 나는 네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속에 이 마음을 확실히 전하고 싶다. (중략) 너는 신문 사회면에서 떠들어대는 생활난이나 위중한 병세 혹은 정신적 고통, 이런 것들을 자살의 동기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그것들이 자살 동기의 전부는 아니다. (중략) 적어도 내 경우엔 그저 막연한 불안이다. 내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은 '막연한 불안'이다. 그러니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다고 해서 실체가 없는 건 아니니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글을 읽기 전에는 '막연한 불안'을 느낄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곤 했다. 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런 불안함을 느끼는 걸까? 어째서 나는 작은 바람에도 이렇게 휘청이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꼭 삶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딘가 고장난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워낼 수 없었다. 그런 느낌이 어느 정도 쌓이면 수치심이 생기고, 그런 수치심이 어느 정도 쌓이면 자학이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확신을 갈구해왔다. 정말 잠깐이라도 좋으니, 아주 일부의 사실이라도 좋으니, 아무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마음을 손에 넣고 싶었다. 불안에 흔들리는 건 정말 지겨우니까. 그치만 꿈만 꿀 나이는 이미 지나버린 걸까? 마음 한켠으로는 여전히 확신을 갈구하면서도 또 다른 마음 한켠에는 '그런 게 눈 앞에 있어도 지금의 네 마음이라면 어차피 믿지 못할걸'이라 말하는 삐딱한 마음이 있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건 '나의 확신'이 아니라 습관처럼 고개를 내젓는 나의 부정을 몇 번이고 부정해주는 '다른 이의 마음'인 것 같다. '내가 너를 고쳐줄게'하고 말하며 성큼 다가와주는 그런 마음. 그치만 그런 건 이 세상에 없지.


고장난 나를 고쳐 줄 다른 사람을 갈구하는 대신, 내가 고장났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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