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개구리에게

올바른 노력을 하려면

by 둥글레

두더지 선생님은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사람은 입체적이야. 좋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도와 주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지나쳐 망가지기도 해. 게다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어도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제각각이야.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게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하잖아? 상처로부터 금세 회복되는 사람도 있지만 작은 상처가 짓무르고 곪아서 결국엔 목숨까지 잃는 사람도 있고 말이야. 물론 세상에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어. 다들 쉽게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이나 설령 상처를 받더라도 금세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해. 그치만 말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무작정 노력하기보다는 일단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올바른 노력을 할 수 있어."


올바른 노력. 나는 A4 용지에 그 말을 다시 적어 넣었다. 나는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답이 없는 고민을 하던 밤이 떠올랐다. 그 동안 해왔던 모든 노력이 무의미했던 걸까. 아니, 오히려 그 피땀 어린 노력이 나를 망가뜨린 건 아닐까.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개구리는 새파란 하늘을 멋지게 날아 다니는 솔개를 동경했대요. 개구리는 그래서 매일 매일 기도했어요. '솔개가 되게 해 주세요.'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개구리는 여전히 개구리였어요. 개구리는 솔개로 변하지 않는 자신을 미워했어요. 이야기 속 개구리는 올바르지 않은 노력을 한 거죠? 아니, 기도만 한 거니까 노력이라고 볼 수도 없는 건가."


"그럼 너는 개구리가 했어야 하는 올바른 노력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니?" 나는 눈을 감고 개구리가 되었다. 커다란 연잎에 앉아 있는데 새파란 하늘 위로 솔개가 날아 다닌다. 기겁을 하며 몸을 피하는 친구들을 따라 조용히 수풀 속으로 숨어 들어 가서는 솔개를 바라본다. "일단 개구리는 솔개가 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솔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릴 거예요. 불가능한 걸 꿈꾸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게다가 불가능한 소망을 털어내는 건 포기가 아니에요. 그것 또한 선택이고 용기" 조금 전 종이에 적어 둔 '선택이고 용기'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말했다. 두더지 선생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코 끝까지 흘러 내려온 안경 너머로 빛나는 선생님의 눈이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조금 더 얘기해 봐.'


"그리고 나서는 내가 왜 솔개가 되고 싶은지 그 욕망을 들여다 볼 거고요.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거예요. 예를 들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솔개가 되고 싶었떤 거라면 내가 올라갈 수 있는 높은 나무를 찾아보는 식으로요. 비록 솔개처럼 날지는 못하더라도 높은 나무에 올라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개구리는 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싶어하는 걸까요? 사실 마음 속에 고민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 모든 걸 훌훌 털어 버리고 싶은 건 아닐까요? 아, 개구리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 않고서는 섣불리 단정짓기 어렵네요." 선생님은 투정이 섞인 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야기 속 개구리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하기 어려워. 우린 개구리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말이야. 그치만 자기 자신과는 어느 때고 마음만 먹으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잖아?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 올바른 노력을 하려면 그런 정보가 필요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었지만 100%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선생님이 말하는 나의 욕망, 나의 우선순위,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등은 평소에도 내가 자주 생각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해봐도 그런 생각을 적잖이 한 편이지만 나는 결국 올바른 노력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까 두려웠다. "그치만..." 나의 두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서둘러 입을 떼긴 했으나 선생님의 방법론을 부정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단어를 고르고 있는데 선생님이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지금 내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전부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로.


"한 번 휘어진 마음에는 못된 습관이 조금씩 모여들어. 움푹 파인 땅에 빗물이 고이는 것처럼 말이야. 휘어진 마음으로 생각을 오래 하다 보면 그렇게 쌓인 생각의 무게들이 마음을 점점 더 휘어지게 해. 작은 실수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 건강한 마음은 '내가 이번에 실수를 했네.'라고 생각하지만 휘어진 마음은 '내 존재 자체가 실수야.'라고 생각하거든." 아, 저건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내가 숱하게 해 왔던 생각인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아니,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안다고 매번 승리하는 건 아니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지 않을 뿐이지. 그치만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하는 게 바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지 않는' 거야. 승리, 성공 이런 단어는 일단 좀 내려 놓자구." "지피지기 백전불태." "그런 의미에서 휘어진 마음에 모여드는 못된 습관에 대해 알아보자. 네 마음에는 어떤 습관들이 고여 있는지 한 번 들여다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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