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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T Jun 18. 2022

염치없지만,
몸만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여기 부캐 추가요: 초보 텃밭지기 


경기도 평택시 


지금 제가 가정을 꾸리고 사는 지역은 경기도 평택시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자라고 생활했던 제게, 경기도에서의 삶은 체감적으로 상당히 다르죠. 흙을 만지거나 공원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던 서울의 삶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차를 타고 조금만 달리면 논과 밭의 시골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기분 따라 공원을 골라 있을 정도로, 인근에 공원도 많고요. 반대로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이용이 상당히 불편하고, 편의 시설이 비교적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지금 제가 사는 곳입니다. 결정적으로 이곳으로 이사한 후, 서울 출퇴근의 삶을 포기하고 육아맘이 되었죠.


경기도와 서울. 두 도시의 차이점은 극명합니다. 돌이켜보면 어린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지금 이 경기도의 삶이 더 저희 가족에는 적합한듯싶기도 합니다. 서울 출퇴근하는 커리어 우먼의 삶은 포기했지만, 덕분에 아이들과 더 자연 친화적으로 지낼 있게 되었으니까요.



마법 램프 지니가 선물해준 텃밭

마법 램프 지니가 선물해준 텃밭


2022년 3월쯤, 남편에게 온전한 나만의 휴일을 선포하고 전라도 시골에서 나 홀로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산기슭에 위치한 절에 머물며, 냇물 소리, 새소리, 그리고 매일매일 밟는 흙을 체감하니 한동안 쌓여있던 육아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녹아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들었지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중, "흙"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더 자주 만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집 근처에 위치한 주말농장을 검색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눈에 띄는 곳은 없었습니다. 한때는 붐이었던 주말농장인데. 요즘은 시들시들한 건가 싶던 순간입니다. 그러던 참에 평택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을 둔 친구가 "짠"하고 나타났다. 친구의 말 몇 마디에, 저희 집에서 차로 15분 내외에 있는 텃밭 세고랑(정확히 말하면 두고랑 반)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마법 램프 지니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마치 제 친구처럼 생겼을 것 같더군요.


마법 램프 지니가 선물해준 텃밭


이제 갓 돌이 넘은 천방지축 좌충우돌 둘째는 흙을 보면 본능적으로 먹으려 달려듭니다. 둘째에게 지금 텃밭 나들이는 다소 어렵고, 구강기가 빨리 끝나야 가능할 듯싶습니다. 대조적으로 세 돌이 넘은 첫째에게는 모래놀이처럼 흙 또한 좋은 장난감 소재입니다. 흙을 만지며 즐겁게 노는 과정을 통해서, 첫째 아이 역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지 않을까요? 집과 어린이집을 벗어나, 텃밭에서 망아지처럼 뛰어놀 첫째 아이를 상상해보니, 엄마 마음은 벌써 설렙니다.


모든 것이 마법처럼 착착 진행돼서, 눈을 떠보니 순식간에 제 텃밭이 생겨버렸습니다. 제가 앞으로 누릴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텃밭을 잘 가꿀 수 있을까?', '이렇게 넓은데 이 공간을 다 활용할 수 있기나 할까?', 기대만큼 걱정도 많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이 텃밭이 저와 우리 아이들에게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상당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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