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첫 전지 작업
참외 손님, 출장 미용 왔습니다.
어젯밤 공부한걸 머릿속에서 행여나 길에 흘려버릴까, 참외 전지 작업 가는 길 내내 복습을 하면서 텃밭으로 향했다. 하지만 공부는 지식일 뿐, 실전은 현실로 너무 달랐다. 일찌감치 참외 전지작업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잘 큰다고 좋아하며 그 시기를 놓쳤다. 그 결과 세상 무서울 것 없다는 기세로 쑥쑥 자란 참외 덩굴 녀석들이 너무나도 무성했다.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 덩쿨숲에서 유튜브를 통해 배운 아들 순, 손자순 등을 따져가며 전지작업을 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포기하고 아빠가 오시면 해보시라고 할까 여러 번 고민하던 참에, 아주 현실적인 전지작업 유튜브 영상을 만났다. 영상미는 찾아보기 힘든, 휴대폰 카메라로 대충 찍은 영상이었다. 실제 농부 같은 아저씨께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쉬운 작업 내용만 골라 전해주는 영상이었다. 믿음직한 아저씨의 말을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쉬운 전지작업을 간단히 따라 했다.
그 결과 우리 텃밭 참외 덩굴과 잎 중에 약 25%로는 잘려나갔다. 저렇게 쌓아놓고 보니, 저 버려진 참외 덩굴들은 그동안 미리 알아보고 준비하지 못한 내 게으름의 산물이었다. 미리 작업을 잘했다면, 지금쯤 텃밭에 앉아 싱싱한 참외를 따먹고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한동안 내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전지작업을 하고 나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참외 전지작업이 참 사람의 이발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마치 덥수룩하게 나온 머리의 숱을 예쁘게 쳐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덩굴숲으로 우거져서 아래 땅과 검은 비닐은 보이지도 않던 참외밭이, 내 손을 거쳐 이제 숨통은 틀 수 있게 되었다. 머리를 다듬어 달라는 손님의 머리를 실수로 잘못 밀어버리듯, 미안하지만 내 실수로 순이 너무 많이 잘려나가 거의 대머리가 된 참외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제대로 전지작업을 마친 건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잘라줬는지, 괜히 잘 자라는 참외를 건드린 건 아닌지 걱정 투성이다. 하지만 내가 이제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크는 모습을 그저 관찰해보는 것뿐이다.
작업 중에 참외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발견한 건데, 전지작업을 못했어도 이미 참외는 만들어지고 있었다. 예쁘게 핀 참외꽃 아래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전지작업을 했다면 더 많은 참외가 더 빨리 열렸을 것이다. 하지만 작업이 없이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서 참외가 열리기는 한다. 어쩌면 전지작업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서 좁은 동물 우리에서 사육되는 가축들과 같은 이치 아닌가 생각해본다.